활짝 열린 중국시장… 韓中합작 책으로 ‘출판 한류’ 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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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산업진흥원 교류강화 대책

“중국인들이 읽을 만한 책이 부족합니다. 왜 좋은 책을 못 만듭니까?”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61)이 자국 출판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중국 출판인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고 해외 양서도 적극 수입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출판사들이 솔깃해할 이야기다. 더구나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선언돼 양국 문화교류는 확대될 것이다. 정부는 중국 내 ‘출판 한류’ 증진 대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 한중 출판사가 기획 단계부터 합작해 ‘책’ 만든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한중 맞춤형 킬러 출판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내년부터 한국 출판사와 중국 출판사를 선정해 인문, 실용, 자기계발서 등 20여 종의 책을 공동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간 국내 출판사들은 중국어 번역출판권(저작권)을 중국 출판사에 파는 형식으로 수출을 해왔다.

진흥원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등 한중 독자가 관심을 가질 인물을 다룬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미(美), 중국의 미 등 양국 문화를 다룬 책이나 중국 작가가 글을 쓰고 한국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 도서도 제작된다. 진흥원 민경미 본부장은 “우리 책만 일방적으로 중국에 수출하려고 하면 중국 측의 거부감만 커진다”며 “양국 출판사가 함께 책을 기획하고 각 나라에서 동시에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출판 한류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의 자기계발서와 아동서가 인기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중국어판(因爲痛, 所以叫靑春)이 호응을 얻고 있다.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의 다이어트 서적 등 실용서와 ‘좌뇌 개발 우뇌 개발’ ‘내일은 실험왕’ ‘마당을 나온 암탉’ ‘구름빵’ 등 아동도서도 인기다.

중국 출판 관계자들은 “중국 소비자에게 너무 유사한 내용과 장르의 한국 도서가 범람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실버 세대를 위한 노인 건강서나 인문, 사회과학, 문학 등 깊이 있는 한국 도서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 공동출판의 이점은… 출판 한류 가능성

공동출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중국에선 581여 개의 국영 출판사만이 책을 서점에 배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출판사들과 합작해 책을 내면 유통이 수월해질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검열에 걸릴 만한 내용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는 일부 중국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책 내용을 사전 체크해 검열에 걸릴 만한 내용을 솎아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출판사도 있다. 국내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런 내용이 위험하다’고 중국 출판사 내 검열팀이 얘기해주면 수정 보완한다”며 “그런 기능이 없는 출판사와 계약해 책 유통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에서 책을 팔 경우 국내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았던 점도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1만5000∼2만 원의 단행본이 중국에서는 50위안(약 8800원), 즉 40∼50% 가격 수준에서 배포됐다. 최근 일부 책이 80위안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국내 가격의 60∼70% 수준이다.

해외 출판에이전시인 ‘임프리마코리아’ 신순항 차장은 “그간 국내 출판사가 얻는 수익은 책값의 6∼8%(저작권료)에 불과했지만, 공동기획을 하면 수익이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양국 출판사가 합작해 책을 내는 것은 새로운 룰을 만드는 것이어서 아직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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