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희대의 악녀’와 ‘건어물女’의 인생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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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배우 사와지리 vs 아야세

이번 분기 일본 드라마 최고의 화제는 두 여배우의 맞대결이다. ‘퍼스트 클래스 2’의 사와지리 에리카(왼쪽)와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아야세 하루카. 일본 후지TV·니혼TV 홈페이지 캡처
이번 분기 일본 드라마 최고의 화제는 두 여배우의 맞대결이다. ‘퍼스트 클래스 2’의 사와지리 에리카(왼쪽)와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아야세 하루카. 일본 후지TV·니혼TV 홈페이지 캡처

‘국민 첫사랑’에서 ‘희대의 악녀’로.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28)가 탄 롤러코스터는 낙차가 컸다. 2005년 드라마 ‘1리터의 눈물’에서 불치병에 걸린 청순한 소녀를 연기하며 전 일본인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2007년 ‘베쓰니(별로) 파문’으로 추락했다. 한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베쓰니(별로)”라고 답하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 여론이 불거진 것이다. 이후로도 22세 연상과 결혼한 후 돌연 유학을 떠나고, 돌아와서는 이혼을 발표하는 등 스캔들을 잇달아 터뜨렸다. 거기에 의술의 도움을 받은 듯 예전과 달라진 얼굴까지, 재기는 물 건너간 얘기로 보였다.

‘퍼스트 클래스’는 그가 8년 만에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4∼6월 방영된 시즌1은 패션잡지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선배들을 하나씩 처치하며 편집장 자리까지 오르는 줄거리다. 앞에선 웃고 뒤에선 칼을 꽂는 악녀들의 싸움을 자극적으로 그려 토요일 심야 방송이라는 악조건에도 마지막 회는 시청률이 10%를 넘겼다. 주연 배우의 악녀 이미지도 흥행에 한몫했다. 방송사는 서둘러 넉 달 만에 시즌2를 수요일 오후 10시,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그런데 그에게 찬물을 끼얹은 상대가 나타났다. 동시간대 방영하고 있는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주연 배우 아야세 하루카(29)다. 나이가 비슷한 여배우의 희비쌍곡선은 이전부터 묘하게 교차해왔다. 아야세는 사와지리의 전성기 때만 해도 ‘끗발’이 밀렸다. 하지만 사와지리가 추락한 바로 그해인 2007년 ‘호타루의 빛’에서 일만 하고 연애에는 관심 없는 ‘건어물녀’를 연기하며 일본 최고의 여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뒷소문까지 좋은 여배우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둘의 흥행 대결은 아야세의 압승으로 끝날 듯하다. 현재 ‘오늘은…’과 ‘퍼스트 클래스 2’의 시청률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야세는 호타루의 빛에서처럼 연애에 서툰 노처녀 캐릭터를 맡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순수한 연하남과 능력 있는 연상남에게 동시에 사랑받는다는 줄거리도 달달하다.

퍼스트 클래스 시즌2 첫 회에서 사와지리는 이런 대사를 했다. “당신이 한 일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과거에 당신이 뭘 했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뿐이야.” 독기 품은 그의 연기가 일본의 대표 ‘순진녀’ 아야세를 처치하는 기적은 드라마 밖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걸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일본배우#사와지리#아야세#악녀#건어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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