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징역 36년]끝내 널 안아보지도 못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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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희망의 끈 놓지 않았던 허다윤양의 아빠, 수색종료에 눈물

세월호 4층 중앙구역. 그곳에 다윤이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현이처럼 다윤이도 4층 중앙 객실과 복도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부패할 때 생기는 냄새로 시신을 찾아내는 전자코시스템이 반응했다는 소식도 다윤이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선체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도 그곳, 4층 중앙구역이었다. 민간잠수사들은 “더는 수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윤 아빠는 바지선에 자주 올랐다. ‘형’ ‘동생’ 하는 잠수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더이상 수색을 계속해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잠수사가 작업하는 도중에 선체가 무너지거나 부유물이 산소 호스를 끊기라도 하는 날엔 잠수사들도 목숨을 잃게 될 것이었다.

11일 오전 전남 진도체육관. 단원고 2학년 실종자 허다윤 양(17)의 아버지 허흥환 씨(50)는 말이 없었다. 오전 8시경 빨간색 자막이 깔린 TV 뉴스속보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담화 발표 사실을 알렸을 때도, 예정 시간보다 30분 이상 담화가 늦춰졌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 허 씨가 기다리다 못해 신문을 펴들었을 때쯤 담화가 시작됐다.

“지금과 같은 수색작업을 계속하다가는 자칫 또 다른 희생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불 위에 앉은 다윤 양의 엄마 박은미 씨(44)가 휴지로 얼굴을 감쌌다. 허 씨와 박 씨는 11일로 210일째 진도체육관에서 둘째 딸 다윤이를 기다렸다. 낯선 사람에게서 “배 안에 있는 애들, 다 잃어버렸을걸” 하는 가슴 아픈 말을 들으면서도 언젠가 다윤이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릴 적 교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진 뒤로 물을 무서워하던 다윤이였다. 다윤이가 물속에서 얼마나 두려울까 생각하면 가슴이 탁 막히는 것 같았다. 박 씨는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오른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지만 시끄러운 소리만 들리면 귀에 통증이 느껴진다. 박 씨는 ‘다윤이를 데려가기 전에는 수술을 받을 수 없다’면서 수술도 미루고 귀마개에 의지해 통증을 견뎠다.

TV 속에서 담화를 발표하는 장관이 울먹였다. 담화가 끝나자 자리를 지키던 단원고 유가족들이 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허 씨는 차에 짐을 싣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유가족 윤모 씨(49)를 말없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 윤 씨는 코가 빨개진 채로 허 씨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체육관을 떠났다.

오전 11시경 실종자 가족들이 연단에 오르고 민모 씨(여)가 대표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이 시간 이후로 수중 수색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민 씨가 울음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연단을 내려오는 박 씨의 울음소리가 체육관 안에 퍼져나갔다. 허 씨는 한 손으로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내의 등을 어루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던 허 씨의 눈에 체육관에 자주 들르던 진도 주민이 눈에 띄었다. “뉴스 보고 걱정돼서 왔어요.” 그 말을 들은 허 씨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오후 1시 20분경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장관을 만나기 위해 진도군청으로 들어섰다. 복도에 서 있던 이 장관이 가족들을 맞았다. 허 씨는 이 장관과 말없이 포옹을 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이 장관이 가족들에게 “마지막 아홉 분을 모셔다 드리지 못하고 수중 수색을 끝내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허 씨는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드리겠다”는 이 장관의 말에 ‘혹시 다윤이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마지막 기대감이 생겼다.

군청에서 돌아온 가족들은 사고 해역에서 진도체육관에 막 도착한 잠수사 20명을 만났다. 체육관 한쪽에는 넓게 앉을 자리와 과자, 귤 등 간식거리가 차려졌다. 정호원 88수중 부사장은 무릎을 꿇고 앉아 “마음이 무겁게 철수하는 자리입니다. 잠수사들 마음속에 남은 가족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기주 잠수팀장은 “다 찾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다윤이를 찾기 위해 마지막까지 수색 중단에 반대했었던 허 씨는 “고생 많이 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앞에 놓인 귤을 까서 잠수사에게 내밀었다.

허 씨는 이제 다시 경기 안산으로 올라갈 일을 생각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분간 진도에 머물 계획이지만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축소되면 진도체육관에 머무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올라가야지. 그런데 진짜 (우리 딸) 못 찾으면 어쩌지….” 다윤 아빠는 아직도 ‘수색 종료’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이렇게 읊조렸다.

진도=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월호 선장 징역 36년#세월호 수색 종료#세월호 실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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