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약식회담… 오바마, 한미일 협력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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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PEC/한미 정상회담]

靑 “유익한 협의” 중국 베이징 옌치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약식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회담을 한 것은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베이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靑 “유익한 협의” 중국 베이징 옌치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약식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회담을 한 것은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베이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작년 (APEC 정상회의에서) 여러 무역자유화 노력이 지류(支流)라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는 큰 강이라고 비유했었습니다. 자유화 노력들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질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세션 선도발언에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AP에 대해 적극 지지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마련된 한중 경제동맹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주요 2개국(G2)이 경제블록을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오바마, 한미일 3국 협력 강조하며 中 견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장에서 함께 이동했고, 불꽃놀이 관람장에서도 나란히 앉았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TPP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날 한중은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한중 간 경제동맹이 형성된 데 대해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11일 정상회담장에서 마주 앉은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국가들의 단합된 태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북핵을 세계 어느 나라도 용납하지 않으며 북핵 개발을 계속하는 한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은 한미일 3국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 속에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삼각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최대한 끌어들이려는 한국과 동북아 안보를 위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 간에 미묘한 의견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날 양국 정상은 취임 이후 세 번째 만났지만 추진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낮까지도 회담 시간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결국 APEC 정상회의 업무만찬이 끝난 뒤 회담이 열렸지만 20여 분 만에 끝났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미 한미 간에 많은 과제가 풀려 공식 회담과는 차이가 있었다”며 “토의 시간은 충분했다”고 해명했다.

○ 미중 관계에서 균형 잡아야 할 한국


중국은 2004년부터 논의돼온 FTAAP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2008년부터 중국을 배제한 채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TPP를 밀어붙이자 대항마 격으로 FTAAP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박 대통령이 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베이징 로드맵) 채택에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FTAAP 실현에 최대 장애로 꼽히는 회원국 간 FTA 협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21개국 정상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19개국 정상이 FTAAP 로드맵에 지지를 표했다”며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으로 (FTAAP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끌어갔다고 할 수 있지만 TPP와 FTAAP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가를,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에 미사일방어(MD)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가 박근혜 정부 3년 차 외교 성적을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이재명 egija@donga.com / 조숭호 기자
#APEC#한미 정상회담#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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