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에서 우째 이런 일이…” 강정호의 아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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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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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 스포츠동아DB
넥센 강정호. 스포츠동아DB
넥센 강정호(27)는 올 가을 최고의 ‘영웅’이 되는 듯했다. 불과 2주 전, 넥센의 첫 플레이오프(PO)에서 시리즈 MVP에 올랐다. PO 4경기에서 타율 0.535(15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을 기록한 덕분이다. 적재적소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창단 첫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는 PO MVP로 선정된 뒤 “한국시리즈가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그날까지만 해도 강정호는 여전히 영웅이었다. 2-2로 맞선 8회초 결승 좌월 2점홈런을 날리며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1차전 데일리 MVP도 다시 강정호. 넥센은 강정호 덕분에 활짝 웃었다.

그러나 그 후 강정호의 가을은 점점 색이 바랬다.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타율은 1할이 채 안되는 0.059. 19번 타석에 들어서서 17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차전에서 때려낸 그 홈런이 5경기에서 유일한 안타였다는 의미다. 게다가 삼진 5개에 병살타가 2개다. 강정호의 자랑거리인 장타율은 0.235. 출루율도 0.105밖에 되지 않는다. 교체 한 번 없이 타석에 섰던 5번타자의 성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비에서의 실책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넥센이 1-0으로 앞선 5차전 9회말 1사 후, 강정호는 나바로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다 공을 더듬었다. 평소의 강정호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만한 타구. 그러나 그 실수 하나로 1루에 주자가 남고 말았다. 넥센 마운드에 있던 투수 손승락은 무사히 투아웃을 잡았지만, 끝나야 할 이닝이 끝나지 않은 후유증은 예상보다 더 컸다. 2사 후 삼성에 연속 안타를 맞고 끝내기 패배. 3차전에서도 넥센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등 뒤로 날아온 플라이 타구를 잡지 않아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강정호다. 두 번의 실수가 팀의 2패로 이어졌다. 너무 뼈아팠다. 강정호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넥센의 한 관계자는 “그 정도로 실의에 빠진 강정호의 표정은 입단 이후 처음 봤다”고 했다.

강정호는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공격형 유격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 역대 유격수 가운데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한 것은 물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0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탄탄한 수비 실력도 함께 인정받았다.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는 당연히 강정호의 몫.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의 유격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즌의 끝을 바라보는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큰 시련을 만났다.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한국시리즈였기에 스스로의 아쉬움은 더 컸을 듯하다. 그러나 강정호에 대한 팀의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 강정호가 없었다면, 올해 넥센의 가을잔치는 불가능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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