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용병 효과…한전·OK저축은행 돌풍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6시 40분


OK저축은행 시몬. 사진제공|KOVO
OK저축은행 시몬. 사진제공|KOVO
시몬 트리플크라운 벌써 3번 기량 압도적
OK저축은행 1라운드 5승1패 선두 견인

한전 외국인선수 투자·기대주 조련 성과
女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동기부여 시너지


NH농협 2014∼2015 V리그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해마다 시즌을 앞두고 “역대로 가장 혼전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남자는 삼성화재 현대캐피탈만이 우승을 경험했다. 삼성화재는 7시즌 연속우승 행진이다. 그러나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하위권 단골 한국전력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2년차 OK저축은행은 1라운드 1위를 했다. 여자부는 최근 3년간 바닥에서 절치부심하던 명가 흥국생명이 4승1패의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의 이유 있는 돌풍

1라운드 4승2패의 한국전력은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2008∼2009시즌부터 총 4번 1순위를 가져갔다. 2005시즌부터 시작된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1순위다. 배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최소 3명, 많으면 5∼6명의 즉시 전력감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오랜 기간 하위권에 있었던 보상으로 좋은 선수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좋은 선수를 뽑았지만 성적이 나빴던 이유는 외국인선수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쥬리치는 이전의 한국전력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투자와 빠른 선택이 만든 결과다. 구단주가 의지를 가지고 많은 투자를 했고 부임 2시즌 째를 맞는 신영철 감독이 기대주들을 잘 조련한 결과가 마침내 나타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돌풍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학배구를 평정했던 팀은 경기대와 성균관대였다. 지금 OK저축은행은 경기대 멤버들이 주축이다. 한국전력은 성균관대에서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주전이다. OK는 시몬이라는 세계최고의 센터를 영입해 팀의 균형을 잘 맞췄고 젊은 김세진 감독이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잘 살려내는 노하우를 보여준 결과가 5승1패라는 성적이다. 2승4패의 현대캐피탈이 주춤한 가운데 이번 V리그는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보는 일들이 많아질 것 같다.

● 흥국생명 박미희 매직과 동기부여의 아름다운 조화

4승1패의 흥국생명은 1라운드에서 이상적인 배구를 했다. 거미줄 수비로 공격을 잘 받아 올렸고 루크의 2단공격과 센터 김혜진 김수지의 이동공격 분배가 이상적이었다. 경기마다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박미희 감독은 마술처럼 전혀 다른 팀으로 만들어냈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다”고 박 감독은 대변신의 이유를 정리했다. 선수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지난 시즌보다 기량을 조금씩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배구를 즐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동기부여’가 좋았다. “너도 잘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만족하지 마라”며 자극을 줬고 운동하는 것이 즐겁도록 만들었다. 선수들과의 밀고 당기기에서 박 감독의 노하우가 있었다.

구단의 타이밍 좋은 지원도 동기부여에 큰 몫을 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독특한 보상시스템을 운영한다. 팀이 이기면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기본 승리수당은 5만∼20만원이다. 연승 때마다 기본수당은 10% 씩 올라간다. 별도로 개인시상도 있다. 서브 5만원, 블로킹 5만원, 디그 1만원의 상금을 준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많은 수당을 챙겨갈 수 있다. 경기 뒤에는 감독선정의 베스트플레이어 2명에게 각각 20만원을 즉석에서 준다. 이재영은 9일 인삼공사전이 끝난 뒤 55만원을 타갔다. 한 경기에 70만원을 타간 선수도 있다. 지금 선수들은 코트에 깔린 돈을 주워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 1라운드 최고화제 선수는 시몬과 폴리

1라운드 최고 화제의 선수는 시몬(OK저축은행)과 폴리(현대건설)다. 국제무대에서의 높은 명성을 V리그에서도 보여줬다. 이들은 압도적인 높이와 파워로 V리그를 평정할 태세다.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다. 시몬은 3번, 폴리는 1번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시몬은 세계최고의 미들 블로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로킹이 트리플크라운의 고비다. 상대 팀에서 시몬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공격을 시도해 블로킹 기회가 많지 않다. 폴리는 4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더블 트리플크라운을 했다. 45득점 가운데 8백어택 8블로킹 7서브에이스였다. 남지연을 상대로 4세트에 에이스를 성공시킨 공은 무시무시했다. “3세트 때 남지연이 서브를 쉽게 받아서 속상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넣었다. 국가대표 리베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성공해서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여기에 삼성화재 레오도 3시즌 만에 처음으로 트리플크라운을 2차례 하는 등 이번 시즌은 트리플크라운 풍년이 기대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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