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발원지를 찾아서]“황사 없애는 해법은?” 몽골의 석학에게 물음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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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몽골이다.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피해는 몽골로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수치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 온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107년간 0.89도 상승했다. 하지만 몽골은 지난 67년(1940년~2007년) 사이에만 2.1도 상승했다. 이런 영향으로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강 887개, 호수 1166개, 샘 2096개가 사라졌다. 먹는 물이 부족해 사람이나 가축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 없던 이상혹한이 몰아닥쳐 가축 수천만마리가 얼어 죽기도 했다.

전체 국토의 46%였던 사막은 78%로 확산됐고, 특히 지난 25년간 식물 종 4분의 3이 없어졌다고 하니 사막화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대로 라면 얼마안가 몽골 전체의 90% 이상이 사막으로 바뀌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몽골 정부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자연환경관광부(이하 자연부)를 정부의 4대 주요부처(법무부, 재무부, 외교부, 자연부)에 포함시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몽골정부는 몽골 내 외국 NGO 단체의 활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 푸른아시아의 사막화방지 활동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37년간 몽골 정부에서 환경 분야를 이끌어온 체렝다시 담딘(Tserendash Damdin.62) 몽골농업대학 교수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서 만나 몽골 환경의 어제와 오늘을 그리고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본인의 주요 경력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환경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1987년 자연부를 처음 만드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자연부에서 퇴직할 때까지 30여 년간 11명의 장관과 같이 일을 했고, 현재도 자연환경부 장관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 및 환경 관련법을 20개 정도 직접 만들기도 했다.(그는 현재 푸른아시아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푸른아시아와 인연을 맺게 됐나.
“2007년 푸른아시아가 몽골에 처음 들어왔을 때 협약에 사인한 정부의 담당자였다. 그 때는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할 때라 내가 나서서 푸른아시아 활동을 허락하자고 윗분을 설득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총장이 몽골 사막화에 대해서 너무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서 그만큼 믿음이 컸었다. 결국 장관이 허락을 해 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푸른아시아가 약속했던 대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잘하고 있다. 계속 이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자연부 직원이 약 2만 명인데 푸른아시아를 모르는 직원이 없을 정도다. 특히 최근에 유엔에서 상을 받은 것을 많은 몽골 언론이 소개해 많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몽골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 보다 3배나 빠른데 이유는.
“몽골은 날씨가 건조해 온난화 및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몽골의 방목지 규모는 5종류(소, 양, 낙타, 말, 염소)의 가축 4000만 마리를 기르기에 적당한데, 최근엔 6000만 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다. 여기에 무분별하게 광산을 개발한 뒤 복원을 게을리 한 것도 원인이다.”(몽골 유목민들은 최근 값비싼 캐시미어를 얻기 위해 염소 사육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나, 염소는 풀의 뿌리까지 먹어버려 초지 황폐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만약 광산 개발을 멈추고, 가축 수를 줄인다면 국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법에서 정한대로만 일을 하면 된다. 불법을 저지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광산을 개발한 뒤 완벽하게 복원하고, 정부와 유목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축 수를 줄여야 한다. 그것이 몽골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모두 생명이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이다.”

-몽골 정부 내 자연부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전에는 주요 부서에서 빠져있었는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법무부, 재무부, 외교부와 함께 2012년부터 빅4 부서에 포함됐다.”

-몽골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이전에는 광산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누구나 바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환경을 우선 고려하고 주민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개발과 환경보존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몽골 환경정책의 큰 틀은 무엇인가.
“정부에서 그동안 환경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환경정책을 세울 때 예산을 동반하도록 국회에서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제는 환경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예산을 중장기적으로 세울 수 있어 효과적인 정책 수행이 가능하게 됐다.”

-푸른아시아가 몽골의 환경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몽골의 자연환경 보전에 미친 영향은 크다. 푸른아시아는 사막화방지는 물론 환경난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정책적인 부분은 이미 퇴직한 내가 거론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몽골에서 활동하는 NGO 가운데 푸른아시아 만큼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단체는 없다.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항상 푸른아시아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에 환경난민이 집중되고 있는데 해결책이 있을까.
“환경난민들의 고향에 일자리를 만든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 그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울란바토르로 모이는 것이다. 푸른아시아가 활동하는 것처럼 지역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된다.”

-푸른아시아의 미래에 바라는 게 있다면.

“크게 세 가지다. 한국과 몽골 청년들이 함께 조림사업을 하면서 문화적으로 교류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한국의 기술을 들여와 조림사업장에서 수확한 것들로 잼이나 음료수 등으로 가공하는 공장을 세웠으면 좋겠다. 마지막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교육과 홍보를 더욱 강화해 몽골 국민들의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한국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많은 한국 분들의 후원으로 몽골에서 푸른아시아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같이 협력해서 사막화방지를 위해서 노력하자. 몽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막화 방지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울란바토르=조창현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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