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발원지를 찾아서] 초원 사라지는 몽골의 희망 ‘고양의 숲’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11월 11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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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한반도 하늘을 흐리게 하는 불청객, 미세먼지
기온이 뚝 떨어지고 북서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걱정은 하나 더 늘어난다. 바로 미세먼지다. 예전에는 봄철 불어오는 황사만 대비하면 됐지만, 수년 전부터는 겨울철(11월~2월)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와 호흡기질환 등 건강을 위협한다. 가뜩이나 몸을 움츠리게 하는 날씨에 대기오염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대다.

도대체 겨울철 불청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부 관계부처합동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 2013~2017'과 기상청의 한․중 공동관측소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유입황사(미세먼지의 일종)의 최대 발원지는 중국이 아니라 몽골(53~71%)이다.
고비사막을 포함한 몽골의 건조지대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중국 내몽고(네이멍구)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하는데, 이 때 중국대륙의 초미세먼지(스모그)를 안고 들어오는 것이다.(그래프 참고)

국내에 유입되는 초미세먼지 중 중국 경유물질은 30~40% 정도이며, 중국의 화석연료 소비와 배기가스 증가(베이징 농도는 2013년 1월 993㎍/㎥, 10월 407㎍/㎥ 기록, 이는 WHO 권고기준 일일 25㎍/㎥의 40배)에 따라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황사와 동반하는데, 알칼리성인 황사와는 달리 산성이어서 인체에 유해하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본격적인 미세먼지의 발현을 앞두고 그 발원지인 몽골에서 사막화방지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경기도 고양시(시장 최성)와 국제환경 NGO 푸른아시아가 협력해 조성하고 있는 ‘고양의 숲’ 조림사업장 현장을 찾아갔다.

#급격히 사막화되고 있는 몽골
몽골은 전 세계에서 사막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어느 정도 심각한지 자료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지구표면온도는 지난 107년간(1906년~2013년) 평균 0.89도 상승하면서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반면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의 2014년 보고서를 보면 몽골은 지난 67년(1940년~2007년) 사이 2.1도가 상승했는데 그 사이 강 887개, 호수 1166개, 샘 2096개가 말라 없어졌다.

몽골은 원래 국토의 46%가 사막이었고, 초지는 40%이었다. 하지만 기온이 2.1도 오르는 동안 초지도 대부분 사막화돼, 2014년 현재 전 국토의 78%가 사막화됐다. 특히 지난 25년간 식물 종 75%가 멸종됐다고 하니 사막화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막화는 몽골 황사발생의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 내몽고 모래폭풍(DSS. Dust and Sand Storm) 발생빈도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지만, 몽골 고비사막의 황사는 1991년 대비 2009년에 3배나 급증했다. 그만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몽골 국민 10%인 30만여 명이 ‘환경난민’
초지가 사막화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유목민들이다. 양이나 말을 키우는 유목민들은 초지가 사막화되자 더 이상 가축을 기를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사막화되면서 겨울 이상한파(조드, DZUD)가 나타나고 있는데, 2002년 경우 한파로 1000만 마리의 가축이 때죽음을 당하고 유목민 1만2000가구가 전 재산을 잃기도 했다. 또한 2009년~2010년 한파 때는 몽골 전체 가축의 5분의 1인 820만 마리가 굶어 죽고 2만 가구의 유목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인 울란바타르로 일자리를 찾아 거주를 옮기게 되는데 이렇게 기후변화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른다. 몽골 전체 인구 300만 명 가운데, 10%인 30만 명이 ‘환경난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달고비 ‘고양의 숲’을 가다
지난 11월 초 몽골 사막화방지사업장 가운데 만달고비에 있는 ‘고양의 숲’을 찾았다. 겨울철 미세먼지 발생에 앞서 미세먼지의 근원지인 몽골에서 푸른아시아가 어떻게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市)는 수도 울란바타르시에서 정남쪽으로 265㎞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7만4690㎢로 경기도의 7.4배가량 된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道)에 해당된다. 해발고도 1100~1929m인 높고 건조한 초원지대이나 연 평균 강수량은 100~150㎜, 강우일수도 22~28일로 매우 짧은 편이다. 사막화가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만달고비에는 고양시가 예산을 지원해 조성한 ‘고양의 숲’이 있다. 고양시와 푸른아시아는 2009년 현지 조사를 거쳐 2010년부터 향후 10년간 숲을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고양시는 동북아시아 황사발원지인 몽골의 사막화 확산에 따른 황사 증가로 한반도에 피해가 빈번하자, 사막화를 막는데 기여하고자 이 곳에 10년간 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의거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세먼지 오염저감 및 고양의 숲 조성을 통해 동북아 환경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뜻도 포함돼 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만달고비 고양의 숲은 제5조림지까지 조성을 끝냈으며, 올해 6조림지와 7조림지 조성기반작업(울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1~5조림지까지 규모는 총 45㏊(축구장 65개 크기)에 약 4만1000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펼쳐진 초원과 푸른 나무를 상상하고 찾아갔지만, 나무는 잎을 모두 떨구고 가지만 앙상한 채 버티고 있어 황량하게 보였다. 이곳은 이미 겨울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나무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현지 관리인 에르덴빌렉 씨(40)는 “여름철이면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볼 수 있는데, 겨울철에 와서 삭막한 풍경만 보게 돼 아쉽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올해 작업의 끝 무렵인데 아직도 땅이 얼지 않아 내년에 심을 나무 구덩이를 파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장에는 에르덴빌렉 씨를 비롯해 푸른아시아 직원과 주민 40여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작업은 한사람이 땅을 찍어 파헤치면 한사람은 그릇으로 흙을 긁어 퍼내는 식이었다. 특이한 것은 여자들도 삽질을 곧잘 한다는 것이다. ‘럼’이라고 불리는 땅을 파는 기구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길이 2m쯤 되는 쇠창 같은 것으로 땅을 찍으며 파 들어갔다. 직접 들어보니 5㎏은 족히 될만한 무게인데, 끝부분이 창끝처럼 날카로웠다. 주로 남자들이 ‘럼’으로 흙을 찍으면 여자들이 그릇이나 삽으로 흙을 퍼내며 깊이 60㎝ 정도까지 구덩이를 파 내려갔다. 그러나 땅이 단단하고 척박해 성인 2명이 1조로 일하면서 하루에 팔 수 있는 구덩이는 10개 내외에 불과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현재 고양의 숲은 완전한 조림장 틀을 갖추고 있으며, 6조림장과 7조림장 부지에 구덩이를 파고 철조망 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철조망 일도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치는 수작업(?)인데 구덩이를 파거나 지지대를 세우는 것을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은 환경난민의 일자리 창출 및 주민직원 고용을 위한 조치였다.

조림장 바로 옆에는 ‘우물집’(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 아니라 펌프가 있는 창고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부른다)이 있는데 벽화가 온통 ‘어린왕자’ 캐릭터로 그려져 있었다. 황량한 사막화지역에서도 꿈을 찾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한편에는 가로 3미터, 세로 20미터 쯤 돼 보이는 직사각형 구덩이를 파놓았는데, 내년 봄 나무를 심을 때 사용할 저수조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땅이 얼기 시작하면 한 치도 팔 수 없는데다가 봄에 땅이 풀린 후에는 바쁘기 때문에 미리 작업을 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단한 작업 속에 어느 새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곧바로 추위와 함께 거친 칼바람이 몰아쳤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어둠이 몰려들기 시작한 후에야 작업을 마치고 주변을 정리했다. 이곳은 이날 밤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다.

만달고비 조림장은 사방을 둘러봐도 하늘과 땅만 보였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하늘을 수평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외형적으로는 더없이 넓은 평원이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초지부터 사막화돼가는 기후변화의 피해현장 그 자체였다. 여기에 다시 나무를 심는 것은 인간이 병들게 한 땅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 땅이 죽으면 결국 그곳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몽골 사막화방지사업 추진
국제환경 NGO 푸른아시아는 한반도의 황사․미세먼지 발생, 즉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0년부터 몽골 사막화방지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0년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 어린이복지시설에 5000그루 나무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엔 바가노르구와 장기 식림사업협정을 체결하고 2000그루를 심으며 본격적으로 사막화방지사업을 시작했다. 울란바토르에는 독립운동가 이태준 선생의 기념공원이 있는데, 푸른아시아는 2003년~2004년 이곳에 700그루의 나무를 심어 공원을 단장했다. 이어 2004년 바가노르에 2500그루를 심어 ‘한·몽 행복의 숲’을 조성하며 식림지역을 넓혀갔다.

푸른아시아의 몽골사막화방지사업은 매년 지속적으로 추진돼 2007년 바양노르, 2009년 만달고비, 2010년 에르덴, 2013년 다신칠링 등 총 6개 지역 500㏊에 50만 그루를 심어왔다.

#주민의 자활에 근거를 둔 사막화방지사업
푸른아시아가 NGO로서 몽골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NGO와 달리 현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속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푸른아시아 사막화방지사업의 특징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가꾸어가는 지역연계성 사업이라는 것이다.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 피해지역 환경난민들과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사막화방지조림사업을 기반으로 생태자립마을(Eco Village)을 조성하고 있다. 일회성 숲 가꾸기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숲을 가꾸고 보존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주민자립 전문 개발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동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2000년부터 매년 15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이런 모델에 대해 세계은행(WB)은 2012년 5월 ‘녹색경제포럼’에서 푸른아시아의 모델이 기후변화적응모델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했으며, 2014년 6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는 푸른아시아에 환경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the First Prize)’을 수여하기도 했다.

울란바토르=조창현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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