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속살을 보여줘”… 12일 인류 첫 착륙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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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억km 날아간 로제타호 탐사로봇
3개월 탐색끝에 착륙지점 포착… 광물질 채취로 우주비밀 풀까 주목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래가 12일 인류 역사 최초로 혜성 착륙 시도에 나선다. 로제타 계획을 진행 중인 유럽우주국(ESA)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경 필래를 모선인 로제타에서 발진시켜 ‘67P/추류코프-게라시멘코 혜성’(애칭 추리)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2004년 미국 탐사선 스타더스트호가 혜성 꼬리에서 먼지를 채취한 적은 있지만 혜성 착륙 시도는 처음이다.

추리는 6.45년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스쳐가는 최대 지름 4.1km의 작은 혜성이다. 로제타의 근접촬영으로 머리와 몸체로 구성된 오리 같은 모양이란 점이 밝혀졌다. 추리는 뱅글뱅글 돌면서 날아가는 총알보다 열다섯 배 이상 빠른 속도(시속 5만5000km)로 현재 목성과 화성 사이를 날아오고 있다.

2004년 발사된 로제타는 10년간 64억 km를 날아간 대항해 끝에 8월 6일 목성 인근을 지나던 추리의 궤도에 안착했다. 이 궤도에 진입할 추가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끌어 모으기 위해 3년 전 모든 전원을 끄고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가 올해 초 깨어나 무사히 혜성 궤도에 진입했다. 로제타호는 3개월째 추리 주변을 비행하며 추리의 지질구조 및 가스성분을 분석하면서 필래가 착륙할 지점을 탐색해왔다.

로제타호에 탑재된 필래는 무게 100kg의 탐사로봇이다. 3개의 다리가 달린 박스 모양의 본체는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기 위해 태양전지에 둘러싸여 있다. 드릴 시스템과 카메라, 얼음분쇄기 등 9개의 실험 장비를 갖췄다.

필래는 추리 상공 22.5km 위를 비행하는 로제타에서 분리된 뒤 7시간에 걸쳐 오리 모양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목표 지점으로 낙하한다. 30도 정도 기울어진 지표면에 내려앉기 전에 충격을 완화하도록 자세제어 분사기와 작살을 사용해 3개의 다리가 먼저 닿아야 한다. 착륙의 성패는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전 1시가 넘어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로제타 프로젝트에는 이집트와 연관된 이름이 많다. 로제타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됐던 로제타석에서 따왔다. 지구 물의 기원이 혜성의 얼음인지를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필래는 로제타석 상형문자 해독에 결정적 도움을 준 오벨리스크가 발견된 나일 강 상류 섬의 이름이다. 필래의 착륙 지점에 아질키아란 이름이 붙은 것은 홍수기엔 물에 잠기는 필래 섬에 있던 이시스 신전을 옮겨 놓은 주변 섬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참고: ESA의 관련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AvkPFXdpOQQ&feature)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혜성#로제타호#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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