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 무상복지 그대로 둔 채 증세라니 가당찮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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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의 문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부족”이라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둘 다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해법은 증세(增稅)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의 합의가 어렵다면 증세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현행 무상복지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이 ‘증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증세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염두에 두고 있는 증세 방식은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이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고 법인세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이 8800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인 경우 35%, 3억 원 초과면 38%를 낸다. 3억 원 이상 소득자의 경우 추가로 과거보다 3%포인트 더 물렸다. 이미 ‘부자 증세’ 조치를 한 상황에서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인세 인상도 만만치 않다. 세계가 국경 없는 경제 전쟁을 벌이며 기업들을 유치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만 법인세를 올렸다가는 공장들이 외국으로 나갈 판이다.

새정치연합이 증세를 말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복지정책의 구조조정이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3배나 많은 미국도 전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하지 않고 있다. 극빈층에 선별적으로 복지 혜택을 줄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 등 ‘공짜 시리즈’ 공세를 폈던 원죄가 있다. 이후 새누리당도 복지 공약에 가세했으나 먼저 불을 붙인 쪽은 새정치연합이다.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주고 보육비를 지원할 필요는 없다. 지속 불가능한 복지정책을 바로잡을 책임이 새정치연합에 있다.

문 위원장은 올해 7·30 재·보궐선거 때 새정치연합이 참패를 당한 뒤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하며 발족시킨 비상대책위를 이끌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 중에는 국가운영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탓도 있다. 문 위원장이 정책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복지 부족’ 운운한 것은 개혁 의지에 의문을 품게 한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제안에 대해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일각에선 내심 증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금을 더 걷어 복지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의도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 내걸었던 ‘증세 없는 복지’에 역행하는 일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고 여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공약을 내놓더니 뒷감당을 못하게 되자 이제 와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를 하는 것인가.
#새정연#무상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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