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부부 자녀 만남, 안전하게 법원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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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면접센터 개소… “아동탈취-폭행 등 불상사 방지”

별거 부모 만날 때 교섭위원이 옆방서 ‘관찰’ 10일 서울가정법원에 문을 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의
 내부. 면접교섭위원들은 ‘관찰실’(왼쪽)에서 일방거울인 매직미러로 만남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6세 
이하 자녀들과 비양육권 부모가 만나는 ‘이음방’(오른쪽)은 편안한 놀이방 분위기로 조성하고 비상벨과 보안 카메라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서울가정법원 제공
별거 부모 만날 때 교섭위원이 옆방서 ‘관찰’ 10일 서울가정법원에 문을 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의 내부. 면접교섭위원들은 ‘관찰실’(왼쪽)에서 일방거울인 매직미러로 만남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6세 이하 자녀들과 비양육권 부모가 만나는 ‘이음방’(오른쪽)은 편안한 놀이방 분위기로 조성하고 비상벨과 보안 카메라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서울가정법원 제공
“아빠, 엄마가 이제부터 ‘큰 아빠’에게 아빠라고 부르라는데 어떻게 하지?”

지난해 1월 A 씨는 네 살배기 딸에게 이런 말을 듣고 화가 났다. 결혼생활 5년 만인 2012년 협의 이혼한 전 부인은 딸의 양육권을 가져갔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노동일을 하며 지내던 A 씨는 면접교섭권(친권자 또는 양육자가 아닌 부모가 직접 만날 권리)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혼한 전 부인이 현재 동거하는 남성에게 ‘아빠’라 부르라고 했다는 말에 격분한 A 씨는 딸을 데리고 광주로 내려가 2주간 함께 생활했다.

전 부인은 A 씨를 유괴범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에 유아인도요청서를 제출했다. 딸이 돌아가자 A 씨는 하릴없이 다음 만날 날인 3월 말을 기다렸지만 딸을 만나지 못했다. 전 부인이 법원에 ‘면접교섭권 박탈, 100m 이내 접근금지’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A 씨는 전 부인을 찾아가 소송 취하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하자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휘둘러 전 부인을 살해했다.

A 씨처럼 이혼 후 ‘면접교섭권’이 박탈되거나 충분히 보장이 안 돼 아동 탈취, 부부 간 폭행,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청사 1층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가 문을 열었다.

이음누리는 양육권이 없는 부모가 자녀와 만날 적절한 장소가 없거나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안전하고 중립적인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 약 110m²의 공간에 면접교섭실 2개, 관찰실 1개, 당사자 대기실, 상담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용 대상은 우선적으로 이혼이 확정된 가정으로 △자녀가 서울에 거주하고 △만 13세 미만인 경우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에 사전 합의 또는 동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신청은 가정법원 홈페이지(slfamily.scourt.go.kr)에서 양식을 내려받거나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면접교섭센터를 서울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 가정법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혼부부#관찰#면접교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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