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사래 치지만… 물꼬 트인 복지증세論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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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증세 논의” 정치권 파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무상복지 논란과 관련해 “증세를 논의하자”고 운을 뗀 것은 증세 논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 증세는 여야 모두가 공론화하길 꺼리는 ‘금기어’로 통한다. 액수가 아무리 적어도 세금 올리자는 얘기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논란이 결국은 재원 마련 대책으로 옮겨가는 대목을 건드렸다. 늘어나는 복지 부담을 한정된 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내비친 것이다. 그의 발언이 야당의 기존 대응 방식과 다른 것도 특징이다. 보편적 증세 없이 대기업 등을 향한 ‘부자 증세’만으로 충분하다는 기존 태도를 벗어난 것이다. 논의의 빗장을 풀어 공론의 장을 열어보자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증세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합의가 어려우면 여야,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사회보장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곤혹스러운 기색도 엿보였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를 향해 “부자 감세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해온 당 기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뒤늦게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기자와 만나 “증세는 법인세 인상 관철부터 의미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당 정책위는 이미 △대기업 비과세 감면 폐지 △법인세율 정상화 등으로 연평균 9조6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부자 감세 철회만으로도 무상급식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제 공은 새누리당에 넘어 왔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문 위원장이 제안한 증세 논의에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증세보다는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우선순위 선정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증세 부분은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즉답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증세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무상급식 예산을 포기해서 보육에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해법은 증세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8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높일) 생각을 해볼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여야가 당장 증세에 대한 공감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여야가 자신들에게 절실한 복지예산만 챙기겠다고 나선다면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파행을 빚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 문제는 예산 전쟁을 중재할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고성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문희상#증세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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