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들의 유혹… 포스터만 봐도 홀리겠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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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무릎을 꿇은 채 열연 중인 배우 조승우(아래쪽 사진 가운데). 제작사들은 과거엔 ‘캣츠’(위쪽 맨 왼쪽)처럼 작품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고스트’(주원·위쪽 사진 가운데) ‘드라큘라’(김준수) 등 젊은 스타 사진을 앞세운 포스터를 통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DB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무릎을 꿇은 채 열연 중인 배우 조승우(아래쪽 사진 가운데). 제작사들은 과거엔 ‘캣츠’(위쪽 맨 왼쪽)처럼 작품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고스트’(주원·위쪽 사진 가운데) ‘드라큘라’(김준수) 등 젊은 스타 사진을 앞세운 포스터를 통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DB
공연계에서 포스터는 ‘여우’라는 은어로 통한다. 대중의 마음을 ‘홀려서’ 관객 유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작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사들은 포스터에 공을 더 들이는 추세다. 뮤지컬 시장이 10년 사이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규모로 커지는 동안 공연 포스터도 변화를 거듭하며 공연계 트렌드를 반영해 왔다.

○ 작품 명성에서 스타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 뮤지컬 시장은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캣츠, 지킬앤하이드 등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이 이끌었다. 당시 제작사들은 경쟁하듯 포스터에 ‘브로드웨이 흥행작’ ‘세계 4대 뮤지컬’이란 카피를 내걸었고, 뮤지컬 관람 경험이 적은 대중은 이런 문구에 열광했다. 일명 ‘베스트셀러 효과’가 소구력의 원천이 된 것.

포스터에 담긴 이미지도 주로 유명 작품을 상징하는 심벌 위주였다. 2001년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에는 팬텀을 상징하는 하얀 마스크와 크리스틴을 상징하는 장미 한 송이가 배치됐다. 뮤지컬 캣츠 포스터 역시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고양이 눈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포스터의 제작 트렌드는 변했다. 과거와 달리 주연 배우들의 사진이 포스터 전면에 경쟁하듯 배치된다. JYJ 김준수, 슈퍼주니어 규현 등 아이돌 스타를 비롯해 인기 연예인들이 뮤지컬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스타 마케팅’이 포스터 제작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 배우 인지도에 따라 달라지는 포스터


뮤지컬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인회사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실장은 “스타들이 뮤지컬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포스터가 점차 영화 포스터처럼 등장 배우의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며 “제작사로선 많은 돈을 들여 같은 캐릭터에 적게는 2명, 많게는 3, 4명의 스타를 캐스팅한 만큼 포스터에 스타 얼굴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아이다’ ‘시카고’ 등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루트507 박민정 실장도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배우들 사이에서도 서로 자신이 잘 나온 포스터 사진을 고르기 위해 묘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며 “포스터가 완성되면 공연 제작사는 물론이고 배우 소속사 측에 최종 사용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캐스팅 여부에 따라 작품 포스터의 콘셉트가 달라진다. 뮤지컬 맘마미아, 고스트, 원스 등을 제작한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유명 배우가 출연할 경우 인물 사진 위주로 디자인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작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타 연예인과 뮤지컬 전문 배우가 동시에 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 된 경우 제작사는 각각의 얼굴이 나오도록 두 종류의 포스터를 제작한다.

○ 자체 제작에서 전문 업체 디자인으로

포스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포스터 제작 방식도 점차 전문화되고 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외국의 포스터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던 초창기에는 공연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는 아예 전문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포스터 제작에 나서고 있다. 박종환 CJ E&M 공연홍보팀 차장은 “포스터가 얼마나 주목도를 갖느냐에 따라 홍보 효과가 달리 나타나면서 과거와 달리 각 제작사들이 전문 디자인업체와 계약을 맺고 포스터 제작에 나서고 있다”며 “포스터 제작비의 비중은 전체 마케팅 비용의 7∼10% 정도”라고 말했다.

▼포스터 이름 순서도 인기順… “선배 우선”은 옛말▼

스타급 배우 더블캐스팅땐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배포


공연 포스터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이름 순서는 어떻게 결정될까.

공연계는 전통적으로 선후배 서열을 중시해 선배 이름 우선이 관행이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보다 조연인 선배 이름이 먼저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연계에도 스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빌링(포스터에 들어가는 배우 이름) 순서의 기준도 180도 달라졌다.

6월 막을 내린 뮤지컬 ‘고스트’의 경우 TV 드라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배우 주원과 뮤지컬 배우 김준현 김우형이 트리플 캐스팅 됐다. 하지만 포스터에는 경력도 가장 적고 나이도 제일 어린 주원의 이름이 맨 앞에 놓였다.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는 이유였다.

빌링 순서를 놓고 배우의 자존심 싸움도 벌어진다. 특히 인지도와 스타성이 엇비슷한 배우끼리 더블 캐스팅 된 경우엔 누구 이름을 앞에 넣어야 할지를 놓고 제작사는 고민한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 슬픔’(2010년) 포스터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당시 제작사인 CJ E&M은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 배우 송창의와 박건형을 더블 캐스팅 한 뒤 이름 순서를 놓고 고심 끝에 두 배우의 이름을 각각 먼저 담은 두 가지 버전의 포스터를 제작, 배포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맨오브라만차#캣츠#고스트#드라큘라#김준수#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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