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반갑다, 섬진강 연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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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어류생태관이 섬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잡힌 연어. 국내 5대 강 가운데 가장 맑고 깨끗한 섬진강은 매년 모천 회귀 어종인 연어가 돌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진강어류생태관 제공
섬진강어류생태관이 섬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잡힌 연어. 국내 5대 강 가운데 가장 맑고 깨끗한 섬진강은 매년 모천 회귀 어종인 연어가 돌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진강어류생태관 제공
10일 오전 전남 광양시 다압면 고사리 앞 섬진강변.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섬진강어류생태관 기세운 연구사(32)와 이웃 마을 주민들이 그물에 걸린 연어 9마리를 뜰채로 꺼냈다. 밤사이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다 잡힌 연어들이다. 90cm∼1m 크기로 등줄기에 냉수어종의 특징인 검은 반점이 선명했다. 기 연구사는 “어제는 3마리였는데 오늘은 3배나 많이 잡혔다”며 “섬진강 수온이 연어 산란에 적당한 8∼12도까지 내려가면 더 많은 연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례군 간전면에 위치한 섬진강어류생태관은 2008년 3월 개관해 희귀어종을 보전하고 다양한 민물고기를 전시하고 있다.

○ 3∼5년 지나면 태어난 하천으로…

섬진강어류생태관은 연어 방류사업을 위해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자형’ 그물을 섬진강에 설치한다. 연어가 올라오는 길목인 수심 80cm∼1m 지점에 그물을 고정하는 파일을 박고 밤에만 그물을 친다. 낮에는 그물을 강바닥에 내려놓는다. 다른 물고기가 이동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어가 깔때기 모양의 그물에 걸리면 생태관으로 가져와 축양장에서 키운다.

암컷의 알이 성숙하면 배를 절개해 알을 받고 수컷의 정액을 묻혀 수정시킨다. 수정란은 20일이 지나면 발아되고 다시 20일 뒤에 부화한다. 10일 현재 암컷 58마리의 알을 받아 9만2000개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암컷 한 마리에서 보통 3000개의 알을 받는다. 3개월 정도 키워 아이 손가락만 한 길이(5cm)로 자란 어린 연어를 3월 초에 방류한다.

대표적인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태어난 곳 근처에서 1∼2개월쯤 지낸 뒤 바다로 나간다. 동해를 거쳐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의 해협을 통과해 오호츠크 해, 베링 해 등 북태평양 일대를 떠돌며 성장한다. 보통 3∼5년 자란 뒤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생을 마친다. 송금섭 섬진강어류생태관장은 “섬진강 연어는 남해안 곳곳에 설치된 그물을 피하는 등 갖은 난관을 헤치고 모천으로 돌아오는, 국내에서 가장 긴 회유 경로를 가진 물고기로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 “내년 치어 80만 마리 방류”

섬진강 연어는 1998년 치어 방류 이후 회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은 10일까지 144마리의 연어를 포획했다. 이 중 암컷은 45마리, 수컷은 99마리다. 지난해 섬진강물을 맛본 연어는 162마리. 3년 전인 2010년 치어로 방류한 10만 마리 가운데 1.62%가 회귀한 것으로 처음으로 회귀율이 1%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4만 마리, 올해는 65만 마리를 바다에 풀어줘 회귀 연어의 수는 상당한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태관은 내년 새끼 연어 방류를 위해 섬진강에서 잡은 어미 연어에서 수정란 70만 개를 생산할 예정이다. 강원 양양연어사업소에서 공급받은 10만 개를 더해 역대 최대인 80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전남도의 어린 연어 방류는 1998년 시작해 올해까지 563만 마리를 기록했다. 그중 섬진강에서 포획한 어미 연어는 2065마리로 매년 돌아오는 연어가 늘고 있다. 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연어 방류 활동과 생태 보전 노력의 결과다. 고급어종인 연어는 산업적 가치도 높다. 하지만 아직 국내산 연어의 어획량은 많이 잡히는 해에도 8만여 마리(약 200t)에 불과해 수요를 맞추기에 절대 부족하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대부분은 노르웨이산이나 칠레산이다. 이인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장은 “연간 2000만 마리 안팎인 국내 치어 방류량을 최소한 5000만 마리 수준으로 늘려야 안정적인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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