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현안, 당내 의견 다르면 앞으론 과감하게 할 말 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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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7월 14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에게 패한 뒤 말을 아껴 왔다. 최다선에 친박계 좌장이 너무 조용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론 주요 현안에 대해 당내 의견이 다르다면 과감하게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7월 14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에게 패한 뒤 말을 아껴 왔다. 최다선에 친박계 좌장이 너무 조용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론 주요 현안에 대해 당내 의견이 다르다면 과감하게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의 인터뷰는 최근 그가 한일·일한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에 취임한 게 계기였다. 그러나 7선의 최다선 의원인 데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당내외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인터뷰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의원회관 그의 사무실에서 있었다.

우선 김무성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부터 물어봤다.

―치열한 전당대회 이후 너무 조용히 지낸다는 말이 많다. 김 대표와의 짧은 허니문인가.

“내가 경선에서 졌지 않나. 새 지도부에 당분간 맡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잘못 가는 행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내가 김 대표보다 정치 선배 아닌가. 그래서 가급적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한 달 전, 딱 한 번 비공개 회의 때 당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 앞으로 더 큰 국가적 현안에 대해 견해가 다른 게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하고 시정해 나가도록 이야기할 거다.”

―자제해 왔다면 김 대표가 잘못한 것이 있었다는 뜻인가.

“개헌 문제는 본인도 처음에는 연말까지 언급하지 않겠다고 해서 믿었다. 그런데 중국 가서 개헌 이야기를 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 특히 권력 형태까지 이야기한 건 ‘팔로 미(Follow me)’, 나를 따라오라는 이야기 아닌가. 굉장히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바로 고치고 사과했는데 내가 또 뭐라고 하겠나.”

개헌 논의는 2016년 총선쯤에       

―김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개헌 논의를 자제하겠지만, 정기국회 이후에는 봇물이 터질 거라는 말도 했는데….

“개헌에 올인하자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나는 경제 살리기에 정치권이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 문제는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다. 개헌 형태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 다 다르다. 잘못하다간 내년 1년 내내 정쟁만 할 것이다.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내년도 개헌 논의의 적기가 아니라는 말인가.

“2016년 총선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말에 책임지는 분이다. 하실 거다. 박 대통령도 왜 생각이 없겠나. 그러나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우니까 먼저 그 문제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욕먹는 이유가 뭔가.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딴짓 하고 그러니까 국민들이 자기 말을 경청하라는 거 아니겠나.”

그가 딱 한 번 김 대표에게 따졌다는 것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활동에 대해서다.

―조강특위 활동에 친박계 인사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던데….

“문제 있는 당원협의회(지역구)는 정리해야겠지만, 당내 조직 문제를 너무 빨리 처리하려고 하면 오해받기 쉽다. 내년에는 선거도 없지 않은가. 친박계가 긴장하고 그런 거야 있겠나. 다만 과거 관행이 재발되면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서 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야 하겠나. 누구든지 욕심을 가지면 안 된다.”

그의 말에는 분석과 의지가 섞여 있다. 친박계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면서도, 만약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친박계의 좌장으로서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대통령에게 실망? 참모들 분발해야       

―최근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인을 뭐라고 보나.

“(짧은 한숨)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박 대통령의 덕목을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도덕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분이라는 것이다. 또 하루 일과 모두를 국가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여느 대통령 못지않게 애국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두 덕목을 믿고 지금은 좀 더 힘을 보태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참모들은 어떤가.

“분발을 좀 해야 한다. 지금 제일 큰 문제는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그 부분에 대해서 더 분발을 해야겠고, 정치권 안정을 위해서도 여야 지도부가 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타협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모들은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건가.

“국내 문제 이야기는 안 하기로 했는데…(웃음).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바깥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대통령은 두 가지 덕목을 버리지 않을 분이다. 세월호라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참사가 일어났고,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있지만 이번에 법이 다 통과되고 제대로 굴러갈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내년부터는 좀 달라지지 않겠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에 대해서는 “대통령 고유의 몫”이라고 넘어갔다. 만약 청와대가 의견을 물어온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돌려 묻자 “말을 한다 해도 그런 건 나만 알고 있어야지”라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반기문 대망론, 거론 자체가 잘못

서 의원은 정치권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띄우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지금 박 대통령 임기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반 총장도 국제분쟁이라든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내 문제로 자꾸 보도되면 어려움이 있을 거다.”

그는 친박계에서 먼저 군불을 땐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면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고, 잠잠해지려 했는데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다시 언급을 하면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봤다. ‘지금’이 문제라면 반 총장이 2016년 12월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 들어오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최근에 반 총장 이야기가 나오니까 나도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한 번도 미래 권력에 어느 분이 괜찮다고 생각해본 일이 없다.”

그는 여야가 모두 반 총장의 뿌리가 자기네 쪽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논쟁은 싫지만 반 총장의 뿌리는 상도동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했다. 반 총장도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출국하기 이틀 전에 김 전 대통령이 환송회를 열어줬다. 김 전 대통령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그리고 내가 참석했다. 동교동은 아니다(웃음).”

그는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정치권 밖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선거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현실 정치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헌재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앞으로 정치권의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다만 헌법에 있는 국회의원 정수는 훼손하면 안 된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정말 중립적이고 덕망 있는 외부 사람들이 맡아서 문제를 정리하고, 정치권은 그 결정을 받아주고 동의해 주는, 그런 방법으로 어떻게든 정치권이 해결을 했으면 한다.”

선거구 획정은 반드시 외부기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는 외부에 무조건 맡기라는 것인가.

“선관위여도 상관없고 아니어도 괜찮다. 얼마만큼 정치권이 수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선거구 정할 때 엄청난 싸움이 일어났다. 그래서 외부에서 선거구를 획정하고, 정치권이 받아주고, 언론에서도 이 정도면 됐다고 긍정적 평가를 해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서 논의를 한다면 정치권은 초연하게 있으면서 관여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일 관계는 요즘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런데 한일의원연맹 회장직을 맡은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고민을 좀 많이 했다. 회장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오래한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을 추천했다. 그런데 오히려 김 의원이 ‘한일 관계가 어려운 시점에 최다선 의원이 맡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 달간 고민하다가 척박한 땅에서 피는 꽃이 더 아름답고, 어려운 때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내 정치 인생의 보람도 될 것 같아 맡게 됐다.”

―최근 서울에서 한일의원연맹 총회가 열렸는데….

“들어보니 한일의원연맹은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금기시해 왔더라. 이번 31차 총회에서는 위안부 문제도 논의하고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말까지 나와서 어느 때보다 성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는 회장으로 처음 치른 총회 결과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러나 양국 연맹 간부들과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박 대통령이 한 발언과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장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만난 후에 상황이 악화한다면 만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것이고, 아베 총리는 ‘전제를 두지 말고 일단 만나서 해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익히 들어온 간극이다.

한일 정상회담, 현재로선 힘들 듯

―한일 정상회담의 우리 측 전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인데….

“금년 내에는 정상회담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담은 아니고) 마주쳤을 때 어떤 인사를 나누는지도 참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일본 측에서는 대일 청구권으로 해결됐다는 거지만 지금 우리 국민 정서상 일본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으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 간 타협점을 찾을 게 아니라 일본이 문제의 매듭을 풀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쉽진 않을 거다.”

그는 APEC 때 중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국회 밖에서 들은 정보라면서 “야스쿠니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 일본 정부는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그걸 지렛대로 일본이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적확하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늘 걱정해온 시나리오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그의 역할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그는 12월 12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가제)로 한일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내년 1월 14일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큰 행사가 있다며 일본에 가서 행사에도 참여하고 일본 정치인들도 두루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한일 문제 해결을 위한 일종의 공부 겸 워밍업이다.

인터뷰=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정리=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서청원#김무성#반기문#개헌#조강특위#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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