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가락질 이겨내라” 野神 강연… 야구와 정치는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야구의 신(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주말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직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김 감독은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며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내 뒤의 사람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과 강한 조직을 배우려는 청와대 자세는 바람직하다. 책임 전가를 하지 않는 리더십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강연은 듣기에 따라서는 청와대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여기는 바를 밀고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며 자기 길을 가야 한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훈련에는 혹독하고 승부에는 냉철하며 구단과도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연은 흥미로웠지만 지금의 청와대에 필요한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맡아 김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강연 후 “제가 들어야 될 강의인데 (대통령을) 수행할 일이 있어 뒤늦게 왔다”며 “희망의 새 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꼭 야신 김성근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기는 것이 중요한 야구와 정치는 다르다. 현대 정치는 여론 정치다. 청와대가 여론조사 결과를 중시한다지만 낙하산 인사 등 몇몇 부분에서는 여론의 비판에 귀를 막고 있는 듯이 보인다. 여론은 추종하기만 해서도 안 되지만 또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치 지도자라면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야구와 달리 정치에서는 그런 일일수록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김성근식 야구는 통할지 모르겠으나 김성근식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야신의 강연이 여론의 비판에 귀 막고 그냥 밀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준 것이었다면 곤란하다.
#야구#정치#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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