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금 ‘美 쏠림현상’… 한국 금융시장에는 ‘떨림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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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미국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한국 금융시장은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9일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최근 1주일(10월 30일∼11월 5일)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147억2400만 달러(약 16조3800억 원)가 순유입되는 등 2주 연속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선진국 채권펀드에도 북미를 중심으로 7주 연속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은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1주일 동안 전체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1900만 달러(약 207억 원) 정도로 소폭 유입되는 데 그쳤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형펀드는 순유출로 전환돼 6200만 달러(약 676억 원)가 빠져나갔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져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외국인 투자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한국의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내내 주식을 내다팔면서 3319억 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1.25%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이어 일본, 유럽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국 주요 수출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외국인 매도의 중요한 원인이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과 경쟁관계인 자동차, 조선, 철강, 전기전자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일본의 양적완화를 ‘바주카포 공격’에 비유하면서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과 대만이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 문제뿐 아니라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아 최근 한국시장이 외국인들의 관심대상에서 벗어났다”면서 “그렇다고 대만처럼 배당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손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의 ‘탈(脫)코리아’ 추세가 다시 ‘바이 코리아’로 빠르게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이미 팔 만큼 팔아 한국시장의 비중이 많이 낮아진 상태여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추가로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안에 다시 한국 비중을 늘릴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자국 경제의 이익을 위해 타국 경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 정책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한국”이라며 “원-엔 환율 추가 급락이 제한적이고, 양적완화 쇼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외국인의 한국 비중 확대를 이야기할 만한 신호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글로벌 투자자금#미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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