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93.7원… 14개월만에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ECB 추가 양적완화 시사 이어… 한국도 시장개입 신호 보내자 요동

원-달러 환율이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울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 전쟁’ 참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한국 외환당국도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오른 달러당 10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5일(1098.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상승했다. ECB는 6일(현지 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부양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정책위원회는 필요할 경우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벗어나기 위한 ECB의 QE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도 지난달 31일 기습적인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엔화 약세를 촉발시켰다.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 주요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일본의 통화정책에 지각 변동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를 유발했고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초래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자 원-달러 환율은 7일 장중 1095.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엔화 약세에 대해 “제약과 한계는 있지만 (엔저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되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 원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살아나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과 유로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화만 나 홀로 강세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100원을 넘나들며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눈과 귀는 이 총재가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동성을 일으켜 통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국도 원화 약세 정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유재동 기자
#환율#외환시장#환율 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