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급식·보육 디폴트 위기, 보편복지의 사망선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비 지원 거부, 누리과정(3∼5세)에 대한 교육감들의 예산편성 거부 선언으로 촉발된 무상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185명이 그제 경주 총회에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예산 투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제 대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교육감들이 한시적으로 2, 3개월분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긴급 편성하기로 해 급한 불만 껐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여야, 지자체와 교육청과의 충돌은 결국 보편복지가 종착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무상복지는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이고, 선별복지는 경제형편에 따라 필요로 하는 혜택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편복지의 근본적 문제는 예산 부족이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 때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공짜 점심밥을 먹여야 하느냐”며 선별복지를 주장했던 새누리당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야권의 3+1보편복지(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정책) 프레임과 경쟁하듯 누리과정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등 무상공약을 쏟아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 설문결과에서 보듯 국민 10명 중 6명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 국민이 보편복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편복지의 진원지인 야권에서마저 반성이 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낙연 전남지사는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야당도 현실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고 이시종 충북지사도 “지방재정이 어렵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 선별적 복지로 가는 방향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실현에는 5년 동안에만 20조 원이 넘는 돈이 든다. 정부는 이미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준다고 했다가 하위 70%에게만 지급한 전력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누리과정과 무상급식에도 이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제와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선별복지가 우리 복지가 가야할 길임을 복지 디폴트 위기가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다.
#누리과정#보편복지#무상급식#무상보육#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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