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엇박자로 총리 사과까지 부른 독도 편의시설 백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독도 입도(入島)지원센터 건립 보류 결정으로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총리와 외교부 장관의 문책 사퇴까지 촉구하자 정 총리는 “우리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환경 차원에서나 안전이나 미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다.

방문객 편의시설인 입도지원센터는 2008년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명기하면서 정부의 독도영유권 강화 대책으로 추진됐다. 올해 예산 30억 원이 배정됐는데 해양수산부가 공사 입찰 공고를 낸 지 열흘 만인 지난달 31일 취소 공고를 내 의혹을 샀다. 1일 정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일 관계를 고려해 반대를 주도했다는 전언이 뒤늦게 흘러나왔다.

정 총리의 해명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대책회의에서 국내 여론 무마에 더 신경을 썼다는 점 때문이다. 환경과 안전과 미관 문제라면 6년 전부터 진작 세심하게 검토했어야 옳다. 독도영유권 강화 대책이라고 해서 모두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해양 사고가 거의 없는 독도에 대피시설을 겸하는 입도지원센터 건설은 실제적 효과가 크지도 않다.

무엇보다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과 관련된 문제인데도 해수부가 부처 간 업무 협의 없이 덜컥 입찰 공고를 낸 것부터 잘못이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와 정책 조정을 맡는 국무조정실은 뭘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적절히 알아서 한 조치”라며 한국이 일본의 반발을 의식해 보류 결정을 내린 것처럼 말했다. 일본에서 얻은 것도 없이 정부 간 엇박자와 헛발질로 괜히 수세에 몰리면서 국민감정까지 나빠졌다. 건립 배경이 어떻든 오래전에 공표된 사안이면 착공은 뒤로 미루더라도 그대로 진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어야 했다. 정직하지도, 유능하지도 못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독도 편의시설#정홍원 국무총리#입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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