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달군 취업박람회… 단체버스 행렬 5000여명 성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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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김천과학대 잡 페스티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김천과학대가 함께 개최한 ‘2014 잡 페스티벌’이 6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청년들이 취업의 꿈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직업 체험관, 지역 특색을 살린 경북김천혁신도시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부스가 설치, 운영됐다. 김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김천과학대가 함께 개최한 ‘2014 잡 페스티벌’이 6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청년들이 취업의 꿈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직업 체험관, 지역 특색을 살린 경북김천혁신도시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부스가 설치, 운영됐다. 김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청년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지역사회와 기업, 언론이 발 벗고 나섰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김천과학대는 6일 경북 김천시 김천실내체육관에서 ‘2014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인구 13만여 명의 도시 김천에서 열린 이날 행사장에는 김천시뿐 아니라 인근 지역 청년 구직자와 중고교생까지 5000여 명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취업 정보나 주요 기업 설명회에 참여하기 힘들었던 중소도시 청년들은 드물게 열린 이날 행사에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기술 등 공기업과 포스코, 이마트 등 30여 개 국내 기업, 10여 개 해외 기업이 참여했다. 이 기업들은 현장에서 채용설명회와 면접까지 진행했고 일부 기업들은 즉석에서 100여 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개막식에는 박보생 김천시장, 박구원 한전기술 사장, 임규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 김영주 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 등이 참석했다.

○ 버스 타고 단체로 참여

지방 소도시에선 좀처럼 열리지 않는 대규모 취업박람회이다 보니 대학생은 물론이고 고교생까지 몰려와 자신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김천 성의고 1학년 신동하 군(17)은 처음 접한 취업박람회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신 군은 “김천 같은 작은 도시에서 이런 큰 행사가 열린다는 게 놀랍다”며 “인문계라서 현장 체험이나 기업 견학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신 군은 “여기서 진로 컨설팅을 받아보니 평소 희망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데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공대에 진학해 인턴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으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 곽규범 군(17)은 “검찰 공무원을 꿈꾸고 있는데 특강도 듣고 심리 검사도 받아 보니 군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학교 차원에서 버스를 빌려 단체로 참가한 곳도 있었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접 기업 담당자로부터 채용 상담을 받거나 전문가의 진로 지도를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구미에서 행사 소식을 듣고 왔다는 도개고 2학년 김연희 양(17)은 “면접할 때 입을 복장이나 말투, 자세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서 인상적이었다. 진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배지원 양(16)은 “솔직히 장래 희망이 교사라서 취업에 관심이 적었는데 뜻 깊은 강의 프로그램과 이력서 작성 방법을 들으면서 좋은 체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중고교에서부터 체계적인 진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면접과 채용 설명을 위해 현장을 찾은 한전기술 협력업체 ㈜태양기술개발 정경호 부사장은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열정과 의욕이 높았다. 이런 자리가 지역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의 꿈 실현된 실용 박람회

김천 아포읍에서 온 이대겸 씨(33)는 이날 상담한 한 참가업체로부터 7일 회사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얘기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6년여 동안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올 초 퇴사했던 이 씨는 “여러 기업들이 한자리에 와서 맞춤형 상담을 해주고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업박람회가 없었다면 6년 동안 쌓았던 경험을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자주 열려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김천과학대에서 컴퓨터자동설계(CAD)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노성률 씨(31)도 현장 면접을 통해 태양기술개발 입사를 통보받았다. 그는 “문과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내 적성에 맞는 기술을 택해 진로를 바꾼 덕분”이라며 “인생 역전에 성공한 만큼 실력을 키워서 최고의 기술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 참가업체를 통해 해외 취업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김천과학대 뷰티디자인학과 2학년 김도완(22), 황진현 씨(20)는 해외대학 한국사무소 연합 부스를 통해 싱가포르 취업이 결정됐다. 이들은 내년 1월까지 영어와 실무 연수를 받은 뒤 채용 면접을 거쳐 싱가포르 뷰티산업 관련 회사에 입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싱가포르 취직은 상상도 못했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에 한 발 다가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황 씨 역시 “해외 취업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아서 지원했는데 합격까지 해서 정말 기쁘다. 후배들에게 해외 취업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취업을 도운 신기훈 해외대학 한국사무소 연합 소장은 “싱가포르는 뷰티산업이 발달한 데다 한류 바람이 불고 있어 국내 취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발된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

이번 행사에는 기업뿐 아니라 김천시, 경상북도경제진흥원, 구미-김천 고용센터 등도 참여해 지역 고용 홍보관을 설치했다.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 구직자와 예비 구직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는 게 참가자들의 얘기다.

박보생 김천시장도 “청년 일자리 창출은 지역 발전과 미래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혁신도시 이전 기관과 공공기관, 대학이 머리를 맞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내 채용관, 해외 채용관 등 8개 분야로 나뉘어 마련된 70여 개 부스는 하루 종일 줄을 설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았다. 채용과 진로 상담 외에도 이력서 작성, 면접 요령, 이미지 메이킹, 심리검사 부스 등은 인기가 높았다. 또 행사장 중앙에 마련한 무대에선 손수제작물(UCC) 홍보동영상 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행사를 주관한 이은직 김천과학대 총장은 “청년 실업과 지역 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지역 일자리 박람회의 좋은 모델이 되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천=장영훈 jang@donga.com / 조용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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