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일, 풀어야할 문제 적지 않아”… 아베 “모든 레벨서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일 협력위 축사… 인식差 여전
공동성명 무산… 1969년 발족후 처음

한일 양국 정상은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에서 공개된 축사에서 뚜렷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한국에 대해 일본은 ‘전제조건 없이 정상회담부터 하자’고 말한 것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자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소중한 동반자”라며 “양국 간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대신 읽은 축사를 통해 “한일 양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대화를 거듭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모색했듯이 과제가 있기에 정상 레벨을 포함해 모든 레벨에서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축사는 ‘일본은 대화를 원하는데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펼치는 홍보전의 논리이기도 하다. 특히 ‘전제조건 없이’라는 표현은 대화에 앞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한국의 요구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 인정 등 일본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지켜왔다.

또 아베 총리가 “한일협력위는 저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1969년 설립한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기시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복역하다가 1948년 석방됐다.

한일협력위는 이날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 문제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한일협력위가 1969년 발족한 이후 합동총회에서 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소개했다. 또 와타나베 히데오(渡邊秀央) 일한협력위원회 회장 대행 등 대표단은 박 대통령을 예방하지 못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아베#한일협력위원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