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성형외과의 추한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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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비포 & 애프터’ 광고가 눈길을 끈다. 성형수술을 받기 전과 받은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인데, 포토샵 처리를 잘해서 그런지 “나도 저렇게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성형 광고는 2009년 규제를 완화하면서 크게 늘어났다. 최근 성형외과 의사들이 “성형 광고의 남발이 무분별한 수술과 사고로 이어진다”면서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한국은 ‘성형 왕국’이다. 성형수술 수준이 세계 톱 클래스여서 성형수술을 받으려고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각종 불법, 탈법이 기승을 부린다. 유명한 의사가 상담해놓고 수술은 다른 의사가 하는 대리 수술과, 환자가 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취제를 남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성형을 전공하지 않은 비(非)전문의가 수술을 하거나 중국 브로커가 매출의 90%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너무 난장판이어서 외신들이 한국의 성형 사고를 특집으로 다룰 정도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혼탁한 성형 산업을 바로잡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성형 광고를 규제하고,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 의사실명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실시해 탈세(脫稅)와 브로커의 불법 행위를 막자고 했다. 올해 4월 스스로 비리를 폭로한 이후에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최근 국회와 청와대에도 청원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어찌 된 일인지 꿈쩍도 안 한다. 과거 제약업계 리베이트 적발에는 두 눈을 부릅떴던 복지부가 성형 문제는 나 몰라라다. 심지어 지난해 서울 강남경찰서가 불법 브로커와 대출 행위를 적발해 복지부에 행정 처분을 요청했는데도 여태 영업정지 같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정부의 큰 방침에 방해가 될까봐 그렇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의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질서는 필요하다. 지금 같은 난맥상을 방치하다가 환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공멸하기 십상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성형외과#비포 애프터#광고#포토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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