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2001년의 그 비참함을 잊지 않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7일 06시 40분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개인통산 최다홈런을 기록한 삼성의 이승엽. 그는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팀이 패해 고개를 숙였던 그 날의 비참함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개인통산 최다홈런을 기록한 삼성의 이승엽. 그는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팀이 패해 고개를 숙였던 그 날의 비참함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KS 2차전 PS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도
나머지 타석 부진 자책…“우승 한 뒤 웃겠다”

“2001년의 그 비참함(2001년 삼성이 정규시즌 압도적 1위를 했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두산에 패해 준우승)을 잊지 않겠다.”

이미 영원히 기록될 전설 같은 기록을 쌓은 대타자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홈런을 날렸지만 13년 전을 생각하며 웃지 않았다. 또 한번 최고의 기록 옆에 자신의 이름이 붙었지만 오히려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홈런왕’ 삼성 이승엽(38·삼성)의 이야기다.

● 홈런왕 이승엽, 13년 전 비참함을 잊지 않았다

2001년 삼성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원,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명장 김응룡 감독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에만 3번이나 뽑힌 타자 카를로스 바에르가를 뽑았고 투수도 빅리그 출신으로 채웠지만 부진하자 요미우리 에이스였던 발비노 갈베스까지 데려왔다. 마해영을 트레이드하며 이승엽, 김기태와 함께 막강한 타선을 구축했다. 마운드에는 14승 임창용, 11승 배영수가 있었다. 81승52패 승률 0.609로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은 1987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한국시리즈 상대는 시즌 3위를 기록한 두산이었다. 그해 삼성보다 16승이나 적은 65승 63패 5무, 승률 0.508로 5할 승률을 가까스로 넘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모두가 삼성의 압승을 예상했다.

● 3번째 시즌 MVP를 수상한 홈런왕은 KS에서 펄펄 날았다

당시 25세였던 이승엽은 2001시즌 39홈런으로 1위에 오르며 자신의 개인 통산 3번째 시즌 MVP를 수상했다. 개인 성적으로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최고의 타자는 자신의 한국시리즈 데뷔전에서 첫 번째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2001년 이승엽의 한국시리즈 기록은 6경기 24타수 9안타(타율 0.375), 3홈런, 7타점. 4볼넷, 9득점이었다. 최고의 활약이었다. 그러나 10월28일 잠실에서 열린 그해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 13년 전 그 비참함, 올해는 마지막에 웃겠다

이승엽은 5일 대구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결정적 2점홈런을 날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최다 홈런(14)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나머지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 이어 “한국프로야구의 특성상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많은 것이 묻히고 잊혀질 뿐이다. 2001년에 그 경험을 했다. 또 다시 그 비참함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다. 그리고 감독님을 헹가래 치고 메달을 받은 후에 웃겠다”고 다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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