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포에 ‘수출주 ELS’ 덜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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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조선-정유-화학 주가 약세… 현대車 기초자산 원금손실 우려
‘녹인’ 물량 풀면 추가하락 가능성… 손실 전 중도 환매도 고려할만

최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형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녹인(Knock-In·원금 손실 조건)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 등 자동차, 조선, 정유, 화학 등 주요 수출주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0월 14일 발행한 삼성증권9150호, 삼성증권9152호, 아임유4054호 등의 ELS가 처음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은 모두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기초자산의 주가가 최초 기준가보다 40%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현대차는 5일 15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4일 주가 26만2000원보다 42.37%(11만1000원) 하락한 것이다. 현대차는 전날인 4일에도 엔저 충격 등으로 3.13% 급락했다. 현대차가 녹인 구간에 진입했지만 ELS 만기 전에 주가가 다시 상승해 녹인 구간을 빠져나올 경우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삼성증권9150호의 경우 3년 만기 상품으로 만기가 2016년 10월이다.

다만 녹인 우려가 커지면 기관은 헤지에 필요한 매수 물량을 한꺼번에 청산하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4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차 주가가 14만40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약 2만 명의 투자자가 2000억 원가량의 원금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현대차 ELS 녹인 물량은 많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할 경우 ELS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물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설정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ELS의 경우 올해 하반기 들어 투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9월 3일 종가 기준으로 S-Oil과 한진해운, 현대중공업, OCI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녹인이 발생했다. 대부분 화학, 정유, 해운주에 집중됐지만 최근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로 녹인 공포가 자동차주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장외주식팀 부장은 “ELS도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중도 환매가 가능하다”며 “기초자산 주가가 기준 가격의 6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데 70∼75% 수준까지 떨어진 ELS라면 중도 환매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엔저#ELS#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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