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委長, 분리공시에 부정적 의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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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강조하던 기존입장서 선회… 이통사-정치권 일부 “도입 반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핵심 쟁점이었던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분리공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던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들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5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분리공시가 되지 않아서 (문제가) 벌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분리공시 필요성 여부는 추후에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분리공시제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한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다. 단통법 시행 초기만 해도 방통위는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제조사들은 “분리공시가 시행될 경우 국내 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돼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꾸준히 표명해왔다. 분리공시가 시행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장려금이 공개되면 해외 이통사들도 더 많은 장려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판매 비중이 97%(물량 기준)이고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이통사와 거래 중이다. 만약 국내 지원금이 공개되면 해외 이통사들도 동등한 수준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이통사가 단말기 한 대당 1만 원의 장려금만 추가로 요구해도 5조 원 이상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분리공시가 시행된다면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규제여서 결과적으로 외국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만 장려금을 공개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패를 다 보여주고 게임을 하라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계의 이 같은 우려와 함께 분리공시제가 단통법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방통위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누가 각각 얼마씩을 할인해 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총 얼마를 할인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 지원금상한제 개선 -요금인가제 폐지에 초점 ▼

분리공시제 무용론 확산


이 때문에 일부 이통사도 단통법 시행 초기와 달리 분리공시제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분리공시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경쟁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지원금 상한제 개선, 요금 인가제 폐지 등 근본적인 통신시장 구조개선 논의에 집중해야지, 분리공시가 문제가 아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비자들은 총 할인금액이 아닌 누가 얼마씩 부담하는지에 대해선 관심 없다”며 같은 당 동료 의원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다시 논의해서 휴대전화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분리공시 도입을 포함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분리공시제 ::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각각 따로 공개하는 제도.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동통신#분리공시#단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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