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의 2차 엔저 공세, 우리는 절박한 위기감 갖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5일 03시 00분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엔화를 더 푸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뒤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6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달러당 114엔대로 폭등(엔화 가치는 폭락)했다. 이에 따라 원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6년 2개월여 만에 100엔당 95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엔화는 우리 원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엔저(低) 쇼크’의 파장이 커지면서 한국 증권시장의 코스피는 1,935 선으로 주저앉았다.

통화량 확대를 통한 엔화 약세 유도는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다.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와 공조해 작년 4월 통화량을 대폭 확대하는 1차 엔저 정책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에 꺼져가는 아베노믹스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지난달 31일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무리한 정책으로라도 일단 경기를 살리겠다는 결정으로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 평균 주가는 어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극단적인 엔저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이 많은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준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 간판 대기업들조차 실적이 추락한 현실에서 1차 엔저에 이은 2차 엔저 공세의 충격파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졌다.

한국의 원화는 엔화나 미국 달러와 달리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통화량 확대로 환율 전쟁에 대응할 수 없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엔저 공세에 대응할 한국의 ‘카드’가 현실적으로 마땅찮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제한된 선택 범위 안에서라도 엔화 가치의 하락 폭이 원화 가치 하락 폭보다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엔저와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수출시장의 악재 속에서 기업들의 수출 어려움을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구조 개혁에 국가적인 역량을 모을 때다.
#일본#엔저#일본은행#엔저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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