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급식 포퓰리즘과 맞짱 뜬 홍준표 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5일 03시 00분


공공 부문 개혁 차원에서 만성 적자를 보이던 도립(道立)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였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번에는 무상급식 포퓰리즘과의 전쟁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자 그제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남도교육청의 한 해 무상급식 비용 1315억 원 가운데 경남도는 전체의 4분의 1인 329억 원을 부담한다. 493억 원을 지원하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들도 대부분 홍 지사에게 동조하고 있다. 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학생들의 밥그릇을 뺏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예산을 지원받는 도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국적으로 이런 감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홍 지사는 “전국 지자체의 무상급식 지원비가 4년 새 785억 원에서 1조573억 원으로 급증해 지방 재정을 압박한다”며 “앞으로 혹시 교육청이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꾼다고 해도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해당 재원으로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와 울산 동구도 재정난을 이유로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부모 소득에 따라 급식비의 차등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서도 바른 방향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집행한 무상급식 예산은 2조3683억 원이다. 무상급식은 학생들의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쓰여야 할 돈을 몽땅 빼앗아가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축소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이념대결 양상을 빚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주민 찬반 투표에 부쳤다가 시장 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어느 시도지사도 정치 생명을 걸지 않고는 무상급식 예산 중단이나 도립 의료원의 무사안일 풍토 개혁 같은 일에 나서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홍 지사의 과감한 행보를 많은 유권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무상급식#포퓰리즘#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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