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방치 고양이 몰래 데려가 치료… 유죄?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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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활동가 자비 들였지만 죽어
1심 “주인 허락없이 꺼내가” 벌금형… 항소심 “절도의사 없었다” 무죄

사설 동물보호소에 있는 고양이를 주인 허락 없이 꺼내와 치료받게 해줬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동물보호 활동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지난달 30일 동물보호 활동가 이모 씨(40·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충남 아산시 소재 J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병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씨는 보호소 관리자 박모 씨에게 치료가 필요하니 고양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이 씨는 몰래 고양이를 꺼내 충남 천안시의 동물병원으로 옮겨 자기 돈으로 진료비와 치료비를 부담했다. 이 씨는 박 씨에게 “고양이 상태가 위중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1주일 뒤 고양이가 죽었다. 이후 이 씨는 고양이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9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가 고양이 절도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고양이를 가져와 이익을 취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고, 병원으로 직접 데려갈 목적이었다는 점도 인정됐다. 또한 재판부는 이 씨가 병원 치료 직후 박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고양이가 죽은 뒤에도 연락을 시도하는 등 반환 의사가 충분했다고 봤다.

그동안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위기에 빠진 동물이더라도 주인 허락 없이 데려가거나, 학대를 이유로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 주인들로부터 고소당해 절도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아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학대받는 동물 구출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 씨가 치료 과정에서 박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한 점이 참작됐다. 법원 관계자는 “고양이를 돌려보낼 의사를 지속적으로 보인 증거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유기동물보호소#고양이 치료#동물보호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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