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동전-1000원 지폐, 상품권 모아 기부한 주인공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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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부터 500원짜리까지 동전들, 1000원짜리 지폐, 구두 상품권 4만5000원치….

푸르메재단 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 도착한 묵직한 소포 속에 든 이런 내용물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A4용지 크기의 조그만 소포엔 2개의 기부함이 담겨 있었고, 현금 17만230원과 구두상품권을 포함해 총 21만5230원 상당이 들어있었다.

발신인은 김광호 씨(56). 소포에 경기 남양주시로 된 주소는 적혀 있었지만 전화번호는 없었다. 한 직원이 기부함을 싸고 있던 종이를 살펴보니 세탁소를 광고하는 유인물이었다. 직원들은 수소문 끝에 남양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 씨가 기부자임을 알아냈다.

김 씨는 10년쯤 전부터 8~9년간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세탁비 매출의 1%를 기부했다. 동전이 생기면 저금통에 넣은 뒤 연 1회씩 재단을 찾아가 별도의 기부를 했다.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책에서 '수입의 1%를 나누면 정부가 못 돌보는 소외계층을 돌볼 수 있다'는 글귀를 본 게 계기였다. 그는 "하지만 박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간 걸 보면서 순수함을 잃었다는 생각에 실망을 했고, 기부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는 중단했지만 저금통에는 동전이 계속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대화를 하게 됐다. 이때 어린이재활병원 건립활동을 하는 푸르메재단을 알게 되면서 '이 저금통이 갈 곳이 푸르메재단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택배비 6500원을 부담해 동전을 푸르메재단에 보냈다.

김 씨는 "동전의 액수는 적지만 동전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 있다"며 "아프고 돈 없는 소외계층들을 위해 기부금이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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