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 29세 美여성, 예고한 날에 죽음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존엄사 논란 달군채… 평화롭게 떠난 새댁

“뇌종양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느니 존엄사를 택하겠다”며 자신이 죽을 날짜를 예고한 브리타니 메이너드 씨(29·사진)가 당초 약속한 날에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먹고 생을 마쳤다. 존엄사 지지 단체인 ‘연민과 선택’의 숀 크롤리 대변인은 2일 밤 “그가 1일 포틀랜드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메이너드 씨는 존엄사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과 실행 날짜(11월 1일)를 예고한 동영상을 지난달 6일 유튜브에 올렸다. 존엄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하는 안락사와 달리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죽음을 맞는 것이다. 안락사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알바니아 등 4개국과 캐나다 퀘벡 주에서, 존엄사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3개국과 미국 오리건 몬태나 버몬트 워싱턴 뉴멕시코 주에서 각각 합법화됐다.

지난해 결혼한 새색시의 안타까운 사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동영상 조회수는 4주 만에 950만 건을 넘겼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와 ‘생명의 존엄성’을 놓고 뜨거운 논쟁도 온라인에서 벌어졌다.

메이너드 씨는 존엄사 지지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CNN 기고에서 “존엄사가 나와 내 가족에게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서도 “존엄사가 인정된 오리건 주로 옮겨가기 위해 캘리포니아 생활을 통째로 포기해야 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아서 캐플런 뉴욕대 교수(의료윤리)는 “그는 젊고 명랑하고 매력적이어서 존엄사를 선택하는 평균적인 환자와는 아주 달랐다. 존엄사 논쟁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오리건 주에서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의 나이 중간값은 71세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는 떠났지만 존엄사를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게 하면서 깊은 분열도 남겼다”고 평가했다.

실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그는 존엄사를 얼마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나는 충분히 상태가 좋은 데다 아직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면서 즐거움과 웃음, 미소를 나눌 수 있기에 지금은 적절한 순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루 두 차례 장시간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발작이 찾아오고 남편 이름마저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 되자 예고한 날짜에 스스로 죽음을 맞았다.

메이너드 씨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고, 여행은 위대한 교사였으며, 가까운 친구와 가족은 든든한 지원자였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침대 곁에서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이여 안녕! 좋은 에너지를 퍼뜨리길. 먼저 베풀기를.”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존엄사#뇌종양#논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