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수술女 88% “평생 담배 피운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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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2001∼2014년 환자 분석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에 걸린 여성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의 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 사이 폐암 수술을 받은 2948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가 831명으로 28.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다수인 730명(87.8%)이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이 수치로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암센터의 ‘연도별 폐암 환자 수술 건수’를 살펴보면 비흡연 여성 중 폐암에 걸려 수술을 한 사람은 2001년에 8명에 불과했지만 2004년 35명, 2007년 59명, 2010년 65명 등으로 계속 늘었고, 2014년엔 7월까지 55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어릴 적 가족에 의한 간접흡연을 의심하고 있다. 폐암센터 이진수 박사는 “1950∼70년대 가난했던 시절 부모나 남편, 조부모, 형제와 한 방에 함께 살아오면서 오랜 시간 간접흡연에 노출된 것이 노년기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폐암은 원인 물질에 20∼30년 장기간 노출된 뒤에 발생한다. 실제로 비흡연 여성 폐암 수술환자 730명 중 50∼70대가 620명(84.9%)이어서 이 박사의 추론을 뒷받침해준다.

간접흡연의 위험성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흡연자의 배우자는 비흡연자의 배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3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린이와 태아는 세포와 조직이 성숙되지 않아 간접흡연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 부모가 담배를 피워 간접흡연을 하게 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감기, 기관지염 등 상기도염에 걸릴 확률이 2배 정도 높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과 포름알데히드, 납, 크로뮴 등 각종 독성물질을 포함한 수증기를 내뿜어 간접흡연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비흡연 여성의 수술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폐암의 경우 비흡연 여성의 5년 생존율이 96.6%로 전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84.4%)보다 높았다. 특히 수술 후 재발한 경우라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재발 이후부터 5년 생존율이 22.5%에 이르렀다. 암센터 측은 “최근 개발된 표적치료제의 효과로 추정된다”며 “표적치료제에 잘 듣는 유전자 변이가 흡연자보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한테 더 많아 암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폐암#여성#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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