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종환 경사 부인 ‘남편 경찰서’로 출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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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중 사고로 13년 투병끝 숨져
광주 광산署 무기계약직 채용… “제복의 의미 이제야 느껴요”

도난차량 추격 중 입은 부상으로 13년간 투병하다 숨진 신종환 경사의 부인 왕춘자 씨가 3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처음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도난차량 추격 중 입은 부상으로 13년간 투병하다 숨진 신종환 경사의 부인 왕춘자 씨가 3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처음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도난차량을 추격하다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13년간 보살피던 부인 왕춘자 씨(51)가 3일 광주 광산경찰서 경무계에 첫 출근을 했다. 왕 씨는 이날 23년 만에 다시 직장을 얻었다. 그것도 남편이 근무했던 광산경찰서 직원(무기계약직)으로 채용돼 가슴이 더 설렜다.

왕 씨는 광주의 한 의상실에서 일하던 1990년 남편 고 신종환 경사를 처음 만났다. 1991년 결혼한 뒤 사회생활을 접었던 왕 씨는 “남편은 내가 직장이 아닌 집에 있기를 원해 결혼 후에는 전업주부로 살았다”고 말했다.

1남 1녀를 키우며 주부로 살던 왕 씨는 2001년 3월 사고를 당해 말 한마디 못하게 된 남편 옆을 하루 종일 지키며 간병을 시작했다. 처음 의상실에 들어올 때처럼 씩씩하고 용감해 보이던 남편의 모습을 기대하며 13년간의 긴 간병을 참아왔다. 하지만 길었던 간병은 올해 추석인 9월 8일 끝내야 했다. 왕 씨는 9월 11일 남편 영결식 때나 지난달 21일 69주년 경찰의 날 행사에서 남편 대신 옥조근정훈장을 받을 때 제복 입은 경찰관들을 보면 가슴이 아렸다.

왕 씨는 “나라와 남편 동료들이 우리 가족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 고마울 뿐”이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다는 ‘제복’의 의미를 이제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광산경찰서 구내식당을 관리한다. 왕 씨는 “단체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며 “건강한 밥상으로 동료 경찰관의 건강을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왕 씨의 취업과 별도로 광주 광산경찰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신종환 경사를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기계약직#식물인간#관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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