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代打’지휘자서 차세대 명장으로 뜬 英프랜시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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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현지에서 수석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위기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표를 구입하고 며칠 뒤, ‘샤이가 사고로 팔을 다쳤다’는 뉴스를 접했거든요. 다행히 다음 날 후속 뉴스가 나왔습니다. “4주 내 완치될 것이며 이후 스케줄은 이상 없이 소화한다.”

연주자가 사고나 병으로 스케줄을 취소하는 일은 흔합니다. 콘서트 지휘자나 오페라 출연자인 경우 대부분 대타를 수소문해서 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공연을 기다리던 팬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이 덕에 깜짝 스타로 떠오른 음악가도 많습니다.

1886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준비하던 공연팀은 무능한 지휘자가 단원들의 반발로 지휘대를 떠나는 비상사태를 겪었습니다. 첼로 파트 단원으로 합창 연습을 이끌던 19세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대에 올랐고, 공연은 대성공으로 끝났습니다. 그가 악보의 모든 파트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엔 다른 대륙에서 급히 날아와 공연 직전에 지휘대에 서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런던 바비컨센터에서는 대타를 불러올 수도 없는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가 현대 작곡가 구바이둘리나의 신작을 음악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연주할 예정이었는데 게르기예프가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알려진 작품도 아니어서 외부에서 대타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토스카니니의 기적’과 닮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악단의 더블베이스 주자였던 33세의 마이클 프랜시스(사진)가 지휘대에 투입돼 연주를 성공으로 이끈 것입니다. 프랜시스는 한 달 뒤 역시 런던 심포니 공연에서 작곡가 겸 지휘자 존 애덤스가 신작 지휘를 펑크내자 다시 투입됐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제 프랜시스는 ‘대타’가 아니라 차세대 명장으로 평가받으며 내년 미국 플로리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 예정입니다. 그가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합니다. 멘델스존 교향곡 3번과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이 협연하는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1번 등을 무대에 올립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리카르도 샤이#게르기예프#마이클 프랜시스#토스카니니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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