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畿 성공적” vs “맞벌이 많은 서울은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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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2015년 9시등교 추진]
학생 건강발달-자율학습 장점… 아침시간 학생 지도소홀 부작용
경기도교육청 모델 준용 예상… 시행여부는 학교장 재량 맡길듯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 2학기 오전 9시 등교제 실시로 등교시간이 30분 늦춰졌다. 1학기보다 아침에 30분 정도 여유가 생긴 학생들은 “좀 더 충분히 자고 아침을 먹으면서 부모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 성남시의 서현고는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1학기만 해도 8시까지 등교한 학생들이 잠이 덜 깬 모습으로 1교시 수업에 임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침마다 자율 동아리 모임이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다. 수업 시작 전까지 함께 모여 신문기사를 읽고 토론을 하거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참석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택하다 보니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일 9시 등교제를 전격 발표한 배경에는 경기도교육청의 이런 선행사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9시 등교제는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함께 추진한 공약이지만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도입을 망설여왔다. 8월 초 조 교육감이 내부적으로 9시 등교제에 대한 의견을 모았을 때도 일선 장학사들은 “서울은 경기보다 맞벌이 부부들이 훨씬 많고 사정도 다르다”며 대체로 반대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경기지역에서 현재 초중고교 중 90% 이상이 실시하고 있어 일단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내 초등학교 96.7%, 중학교 94.5%, 고등학교 67%가 시행 중이다. 각 학교들은 다양한 학교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9시 등교의 이점을 살리고 있다. 안성시 죽산고는 관현악단 모임이나 축구교실을 열고, 과천시 과천여고는 희망자에 한해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들 중에는 출근시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자녀를 일찍 등교시키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 씨는 “학교는 아이를 늦게 등교시키라고 하고, 직장에서는 나보고 빨리 출근하라고 한다”며 “고육지책으로 아이를 일찍 등교시키지만 친구들이 오기 전 혼자 시간을 보낼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고등학교는 자녀의 대학입시와 성적에 민감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9시 등교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특히 고3 학생들은 모든 생활패턴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9시 등교제가 혹시나 이를 깨뜨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9시 등교제는 경기도교육청의 모델과 방식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이 각 초중고교에 9시 등교제의 장점을 알리고 시행을 권장하면, 최종 시행 여부는 각 학교장이 재량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경기지역도 현재 학교장과 학부모들이 도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학교는 여전히 9시 등교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와는 달리 9시 등교제의 경우 교육부도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맞벌이 부모들과 자녀의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9시 등교제#교육감#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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