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학교 돌아가고 싶니? ‘틴스토리’ 찾아가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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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전국 첫 학업복귀지원센터
장기결석-자퇴자 적응교육에 초점… 예술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연수로에 청소년 학업복귀 지원센터인 틴스토리가 문을 열었다. 관계자와 후원자, 전문상담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틴스토리 제공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연수로에 청소년 학업복귀 지원센터인 틴스토리가 문을 열었다. 관계자와 후원자, 전문상담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틴스토리 제공
#1. 가정 문제로 방황하던 A 군(18)은 게임에 빠져 자주 무단으로 결석했다. 학교 측에서는 부산교육청에, 교육청은 또 전문상담기관에 연결했지만 A 군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사소한 사건으로, A 군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상담기관에 연락이 왔다. 이 기관의 도움으로 처벌을 면한 A 군은 이후 이곳에서 2주간 프로그램을 수강한 뒤 최근 학교로 복귀했다. 그는 “기술자가 되겠다”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2. 할머니와 단둘이서 생활하는 고교 1학년 B 군(17)은 선생님에 대한 상처가 많았다.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고, 가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성격이었다. 학교를 빼먹는 날이 등교일수보다 많았다. 9월 중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상담사를 만난 그는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B 군은 이후 청소년교육센터의 전문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학교로 되돌아가 친구 사귀기를 시도하고 있다.

소통과 대화,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 학생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학업복귀지원센터(틴스토리)’가 전국에서 처음 부산에 문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연수로(양정동)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 근처 스마트모바일 2층에 문을 연 틴스토리는 (사)SFC 청소년 교육센터 부설 기관이다.

부산교육청은 올해 초 청소년 문제의 핵심인 학업 중단 학생에 대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문제학생을 대상으로 숙려제를 실시한 뒤 학교 적응력을 길러 나가기로 한 것. 이를 위해 6월 공모를 거쳐 틴스토리를 학업 복귀 담당 전문기관으로 정했다.

장기 결석하거나 자퇴한 중고교생들이 발생하면 교육청은 이들의 연락처 등을 틴스토리에 전달한다. 틴스토리에서는 대상 학생과 학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와 전화로 접근을 시도한다. 이들이 관심을 보이면 본격적인 컨설팅을 시작한다. 학부모가 먼저 연락할 때도 있다. 교육은 전문상담사, 멘토, 또래와의 연결 등 관계 유형별과 자기 내부, 가정, 친구 관계, 학교 등 문제 유형별로 나눠 4주 동안 진행한다. 학업복귀전문가 12명과 전문상담사 5명이 진행을 맡는다.

세부 프로그램은 예술치료, 영상매체와 독서와의 만남, 해마 스킨스쿠버, 원예치료, 애니메이션 제작, 커피나무 가꾸기, 부모교육, 가족캠프, 또래상담 등 다양하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또래친구와 멘토, 학업복귀전문가, 상담전문가가 함께 역사기행도 한다. 복귀 후 지속적인 상담과 학교 생활 챙기기, 등하교 같이 하기 등 사후관리도 틴스토리의 몫이다.

부산지역 전체 학업 중단자는 600여 명. 틴스토리는 개소 20일 전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재 23명을 학교로 돌려보내고 40명을 상담하고 있다. 틴스토리는 학업복귀 전문 상담사 육성을 위한 12시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과 찾아가는 학업중단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재정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프로그램 운영은 부산교육청 예산 지원으로 가능하지만 사무실 임차료와 근무자 인건비 등은 기부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 박용성 센터 사무총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어려움이 많지만 중고교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51-804-5391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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