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 강한 맛-향보다 은은한 조화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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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와인메이커 佛 베루에씨 방한… 롯데百 35주년 기념 와인에 선정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는 와인이 좋은 와인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와인메이커 장클로드 베루에 씨(72·사진)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이나 미술 작품처럼 와인도 하모니가 중요한데 좀 더 센 향이나 맛을 내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루에 씨는 1964년부터 44년간 ‘샤토 페트뤼스’ 양조 책임자를 지내며 이 와인을 세계 최고 와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가격이 수백만∼수천만 원에 달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즐긴 와인으로 유명하며 1947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 쓰이기도 했다. 유명하지만 실제 맛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아 ‘전설의 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베루에 씨는 “와인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와인이 다양한 세계를 보여준다”며 “우리는 제조할 때부터 병마다 각기 다른 와인의 생애를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그가 와인 제조 시 중점을 두는 요소는 ‘균형과 조화’다. 차를 마실 때 너무 적게 우려내면 맛이 연하고 너무 오래 우려내면 과하게 짙은 차가 되는 것처럼 욕망을 절제하고 그대로의 맛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샤토 페트뤼스가 명품 와인 반열에 오른 이유도 인위적으로 맛을 내려고 애쓰기보다 지역특색을 고스란히 담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조장이 있는 포므롤은 보르도 지역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포도 산지다. 베루에 씨는 “포므롤은 진흙이 많아 포도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이런 조건이 묵직하며 입안에 여운이 오래 남는 와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베루에 씨는 2008년 샤토 페트뤼스 양조 책임자 자리를 아들에게 넘겼다. 그 후 자신 소유의 포도농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두 농장은 각각 보르도 지역과 프랑스 남부 이룰레기 지역에 있다.

이곳에서 만든 ‘샤토 사미옹’과 ‘에리미나 화이트’는 최근 롯데백화점 창립 35주년 기념 와인으로 선정됐다. 과거 보르도 지역에서 공부하며 베루에 씨의 와인을 눈여겨봤던 롯데백화점 MD가 회사에 이 와인을 추천한 것. 포도 수확기로 분주한 때지만 베루에 씨는 기쁜 마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방한 때 와인 애호가, 소믈리에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 와인을 대하는 자세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5∼10초 사이에 맛을 평가하고 단정 짓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식사와 와인을 즐기세요.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모험에 빠져드는 것 같은 생각으로 와인을 대한다면 그 맛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와인#와인메이커#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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