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허재와 아들 허웅의 데뷔전…닮은 점, 다른 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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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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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동부의 신인 허웅(21)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로 아직도 '농구대통령' 으로 불리는 아버지 허재(49) KCC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자존심 상하고 싫기도 했겠지만, 아버지 이름 석 자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세대 3학년 재학 중에 프로에 입단한 허웅은 10월12일 오리온스와의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득점은 5점 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도움 3개와 가로채기 2개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치 스포츠카가 질주하듯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와 호쾌한 중거리 슛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고, 볼에 대한 강한 집착도 아버지를 보는 듯 했다.

아버지 허 감독의 데뷔전은 아들보다 더 강렬했다. 1988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기아산업(현 모비스)에 입단한 허 감독은 그해 12월8일 실업 무대 데뷔전인 농구대잔치 A조 첫 경기 국민대 전에서 27점을 폭발시켰다.

슈팅 가드로 나서 포인트 가드인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 센터 김유택 현 중앙대 감독과 호흡을 맞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상대 센터가 울고 갈 정도로 리바운드도 18개나 잡아냈고, 도움도 4개나 기록하며 데뷔전을 원맨쇼로 장식했다. 슈팅 가드로는 작은 188cm의 키로 장신 센터 앞에서 점프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외곽에서도 밀착수비를 따돌리고 신들린 3점포를 연신 꽂은 허 감독의 활약으로 기아산업은 국민대를 96-57로 대파했다.

누가 봐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지만 허 감독은 "만족할만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고 웃지도 않았다. 당시 기아의 사령탑인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도 경기 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며 허 감독의 활약과 근성에 혀를 내둘렀다.

26년 후 아들인 허웅도 아버지의 데뷔 때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게 프로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1일 인삼공사 전에서는 33분여를 뛰며 3점슛 2방을 포함 16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4연승으로 이끌었다. 186cm의 단신임에도 리바운드도 6개나 걷어냈다.

전문가들은 "아버지만큼 화려한 기록을 남기긴 어렵겠지만 팀 공헌도가 높고, 큰 경기에서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스타성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한다. 다른 듯 닮아 보이는 부자의 데뷔전. 분명하게 다른 건 허 감독은 왼손잡이고 허웅은 오른손잡이라는 것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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