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전은경 씨(32)는 프로야구 넥센과 결혼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그의 남편은 넥센 홍보팀 이화수 대리다. 그런데 넥센에서 언론 매체에 보내는 보도자료에 다른 홍보팀원 3명은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가 나오지만 이 대리는 아무런 연락처도 없다.
사실 이 대리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병마(암)가 찾아와 32세에 숨졌다. 이제 넥센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는 팀이 됐지만 2010년만 해도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은 팀이었다. 다른 팀 선수가 '거지'라고 표현해 구설수에 오를 만큼 재정 사정도 넉넉하지 못했다. 팬 숫자도 지금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도 이 대리는 단 한번도 미소를 잃은 적이 없다. 그래서 별명도 '스마일 맨'이었다. 그는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장 완벽한 조연'으로 통했다. 2009년에는 영원한 '홈 베이스'가 된 전 씨와 화촉을 밝히며 부푼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리는 2010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떠난 선수들에게 "선수단 여러분. 저는 지금 몸이 많이 아파서 여러분과 함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 남은 기운을 모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비록 팀 사정이 안 좋더라도 모두들 힘내 주세요"하고 편지를 썼다. 이 대리는 그해 6월 25일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1~4차전 때 야구장을 모두 찾은 전 씨는 "남편은 병상에도 매일 구단의 대소사를 꼼꼼하게 챙겼다. 항암치료 때문에 오전 내내 잠을 자다가도 야구 경기가 시작할 때면 알람을 맞춘 것처럼 일어나던 게 남편"이라며 "팬도 별로 없고 팀 성적도 좋지 않던 그 시절 좁은 병원 침대에 나란히 누워 경기를 보면서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이 우승하는 날을 상상하며 웃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고 나서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데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에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남편도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을 테니 넥센 선수들 모두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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