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급식비 감사 갈등, 法理로 해결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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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사회부
강정훈·사회부
3일 오전 9시 반을 전후해 경남도내 8개 초중학교에서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벌어질지 모른다. 경남도 급식비 감사반을 학부모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막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학부모 단체는 “각 학교에 10명씩 저지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경남도 감사를 놓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임박했다’며 다소 비켜가려던 박종훈 도교육감은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그는 일선 학교에 “감사를 단호하게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도 덧붙였다. 경남도의 감사 방침 발표 이후 열흘 만의 뒷북인 셈이다.

박 교육감과 도교육청은 그동안 몇 차례 말을 바꾸며 갈팡질팡했다. 초기엔 ‘자료는 제출, 감사에는 불응’이라는 어정쩡한 태도였다. 다음에는 ‘감사불응, 감사원 감사 요청’으로 선회했다. 이어 순수 지방재원은 감사원의 직접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감사원 감사지원 요청’으로 변경했다. 30일에야 ‘자료 제출과 감사장 설치 등 수감 모두 거부’로 정리를 마쳤다. 한동안 끌려 다니다 반격에 나선 모양새지만 결과 예측은 어렵다. 일부에서 “법률 검토의 미비, 약한 전투력 탓에 제 밥그릇마저 못 지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로선 “감사 없인 지원 없다”고 천명한 홍준표 도지사가 선선히 물러날 리 만무하다. 서류 분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감사에 준하는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선례도 만들어 두었다. 새누리당이 다수인 도의회에 급식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촉구하는 방법도 있다. 도교육청이 행정사무조사를 피해갈 순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년 급식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초강수도 남았다. 그렇게 되면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긴다. 홍 지사는 이번 기회에 무상급식 논란을 쟁점화할 기세다. 홍 지사는 이 정책을 놓고 애매하게 발언한 적도 있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무상급식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소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무상급식 확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감사의 적법성 문제를 놓고 도와 교육청이 다투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도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경남도 주장대로 급식비 및 보조금 지원조례 등에 근거해 감사권한이 있다면 도교육청은 순순히 응해야 한다. 교육 현장의 ‘형편’이 감사 거부의 명분이 될 순 없다. 그렇지 않고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교육자치’가 오롯이 교육감 소관이라면 직권을 남용하는 경남도를 고발하면 된다.

이번 사태는 보수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홍 지사, 전교조 출신인 박 교육감의 시답잖은 기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도민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감사에 대한 ‘권리’ ‘의무’부터 정리해야 한다. 애매하면 감사원, 법제처에 묻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도 된다. 그때까지라도 제발 좀 조용히 하면서.

강정훈·사회부 manman@donga.com
#급식비 감사#경남#초#중학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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