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유 온도 70도 손으로 확인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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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만들때 치∼익 소리 들을 수 없는 그들

대전에서 처음 열린 장애인 커피숍 창업교육에 참여한 대전지역 청각장애인들. 열의와 집중력으로 커피숍창업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에서 처음 열린 장애인 커피숍 창업교육에 참여한 대전지역 청각장애인들. 열의와 집중력으로 커피숍창업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커피 메뉴인 카푸치노의 핵심기술인 우유 거품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뚜껑이 없는 주전자(스팀피처)에 우유를 넣은 뒤 스팀 봉으로 공기와 열을 주입한다. 공기가 주입되는지는 육안으로도 알 수 있지만 커피숍에서 카푸치노 만들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칙’ 소리로 확연히 알 수 있다.

올해 8월 28일 오후 대전 동구 우송대 인근 바리스타 실습 교육장. 대전시농아인협회가 의뢰해 청각장애인 대상 바리스타 교육을 맡은 우송대 외식산업경영학과 박재연 교수는 걱정이 앞섰다. 공기가 주입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수강생들이 청각이 필요한 카푸치노 만들기를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불과 몇 분 후 기우로 드러났다.

○ 손에 전해지는 온도로 청각의 벽 넘다

청각장애인들은 스팀 봉으로 공기가 주입될 때 나는 ‘칙’ 소리를 거품 생성의 신호로 삼는 것을 처음부터 포기했다. 대신 우유에서 거품이 생성될 때 우유의 상태를 기억해 뒀다가 거품이 생기는지를 확인했다. 또 거품이 생성되는 우유 온도(70도 안팎)는 그때 스팀피처의 온도를 손의 감각으로 익혀 놓았다.

“소리 대신 눈과 손의 감각으로 거품이 생성되고 최고조가 되는 시기를 파악했어요. 우유 온도가 70도 안팎이면 스팀피처는 더 뜨거울 텐데 개의치 않고 연신 손으로 만져가면서 말이죠. 순간 제 가슴이 뭉클해졌죠.”

박 교수는 “카푸치노는 거품을 제조할 때 소리를 들어야 해 청각장애인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열의와 집중력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청각장애인들이 강의를 잘 소화해 강사로서 일반 학생에 비해서도 수업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어 “청각장애인들이 카페모카 등 7, 8가지의 커피 메뉴를 훌륭하게 만들었다. 이들에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주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 ‘건강카페’ 확산 기대

청각장애인 수강생 개개인을 대상으로 창업 컨설팅을 담당한 조병무 혁신창업개발원 대표(경영지도사)는 “청각장애인은 커피를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고객 관리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다른 비장애인과 공동 창업을 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농아인협회의 추천을 받아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 청각장애인을 활용한 건강카페를 확산시키면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거였다.

조 대표는 “공동 창업을 위해 장애인 커피숍 창업 교육에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카페는 대전시가 2011년 2월 대전시청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30일 제12호점(한국전력 대전충남지역본부)까지 낸 장애인 희망 상생 일자리 프로그램. 지교하 대전시농아인협회장은 “처음 시도한 이번 장애인 창업교육이 청각장애인의 자활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커피#대전#우송대#바리스타 실습 교육장#우유 거품#스팀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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