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윤회씨, 서울고 아닌 商高 출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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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베일 벗는 鄭씨 행적

“정윤회 씨가 서울고 출신이라서 박근혜 정부 들어 서울고 출신들이 잘나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장관급 이상 자리에만 서울고 출신 10여 명이 줄줄이 기용되자 정치권에선 이런 얘기가 한동안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정 씨는 옛 서울고 인근의 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 사건과 관련한 정 씨의 검찰 진술, 정 씨 주변 인물들과 역술인 이모 씨(57)의 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그의 행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강원 정선군 임계면 출신인 정 씨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자랐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 서울역사박물관 터(신문로)에 있었던 서울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그 옆 내수동 보인상업고등학교(현 서울 송파구 보인고) 출신(1974년 졸업·30회)으로 확인됐다. 보인상고 동문으로는 4선의 김현욱 전 국회의원, 이득렬 전 MBC 사장이 있다. 정 씨의 입김 때문에 서울고 출신들이 잘나간다는 ‘정설’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정 씨는 1981년부터 대한항공에서 보안승무원으로 십수 년간 직장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16년간 교류해온 역술인 이 씨는 “정 씨가 새로 사람들을 잘 소개받지 않고 어울리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대한항공 시절 친구들 두세 명은 지금까지도 자주 만난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이 씨를 만난 뒤 강남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한 지인이 바로 ‘KAL 인맥’이다. 정 씨는 평창동을 드나들 때 영국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로버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 씨는 조용한 성격으로 명석하고 치밀해 그가 보좌하던 시절엔 박근혜 대통령이 실수한 적이 없었다”면서 “비선 의혹을 받게 하지 말고 차라리 대통령비서실장을 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십수 년간 박 대통령에 대한 충정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특히 정 씨가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한 차례 만나 “대통령 잘 보좌하라”고 한 뒤엔 서로 연락이 없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검찰 조사에서 정 씨는 “대선 직후 박 대통령에게서 ‘고맙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게 마지막 접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대선 때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 씨는 올 들어 ‘문창극 전 총리 후보를 천거한 사람이 정 씨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일련의 의혹이 제기되자 “왜 이런 근거 없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변종국 기자
#정윤회#정윤회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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