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정윤회 같은 대통령 측근 관리 제대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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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올해 4월 16일)에 만났다는 역술인 이모 씨는 대통령 측근과 관련해 큰 우려를 낳게 한다. 이 씨는 2006년 정모 씨로부터 사업가 유모 씨를 소개받은 뒤 특정인을 법정 구속시켜 주는 대가로 모두 4억여 원을 같이 챙긴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또 김대중 정부 때에는 이희호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이권을 약속했다가 청와대의 특명을 받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에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통화한다. 정윤회는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며 이권과 관련될 수 있는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씨는 “정윤회 씨와는 생명학과 군자학을 얘기하는 사이일 뿐 청탁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 씨가 과거 권력을 팔았던 역술인과 만나는 것부터 박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다. 정 씨는 요즘 ‘실세 문고리 3인방’으로 지칭되는 청와대 핵심 비서관 3명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측근 중의 측근이 아니었던가.

일부 보도 등으로 촉발된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이 정 씨를 만나고 있었다’는 설(說)은 수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세월호 사고 당일 정 씨의 통신 기록을 추적한 결과 정 씨는 이날 이 씨의 사무실에 4시간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 씨와 정 씨가 만났던 사실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루머를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정 씨는 ‘만만회(박지만 이재만 정윤회를 지칭)’ 등 청와대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비선(秘線) 라인 개입설을 “근거 없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정 씨는 7월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특별 감찰관이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리, 공직기강 점검 등을 맡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런 소문들이 자꾸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만만회 등 비선이 인선에 개입한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그런 사실이 있으면 국민들이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고를 기다리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들이 측근 비리 때문에 정권 말기에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사례를 거울삼아 대통령 주변 인사의 의혹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옳다.
#박근혜#청와대#정윤회#비서실장#세월호#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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