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홈쇼핑 전체가 甲질, 언제까지 판치게 놔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공정거래위원회 신영선 사무처장이 “TV홈쇼핑 6개사를 조사한 결과 마치 불공정 행위 종합선물세트 같았다”고 밝혔다. 올해 4월 롯데홈쇼핑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실무자부터 임원까지 리베이트 수수 등 비리 혐의가 드러나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NS쇼핑 홈앤쇼핑 6개 회사 모두에서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갑(甲)질’이 만연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홈쇼핑 회사와 납품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는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홈쇼핑 회사는 납품업체가 판매한 금액의 43%를 떼어간다. 납품업체는 카드 수수료와 무이자 할부 비용에 고객 사은품과 쇼핑 호스트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는다. 홈쇼핑에서 100원어치를 팔면 50원은 홈쇼핑 회사가 가져가는 꼴이다. 소비자들이 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사기가 힘든 구조다. 최근에는 홈쇼핑 회사들이 프로그램을 시간 단위로 통째로 팔아넘겨 상품 매출액과 상관없이 높은 비용을 물리는 불공정한 사례도 많다.

등록된 홈쇼핑 납품업체는 5000개를 넘는다. 이들은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 기회를 얻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인다. 롯데홈쇼핑 사건에서 불거졌듯이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 홈쇼핑 회사 직원들까지 비리에 적잖게 개입되어 있다고 한다. 연줄이 없으면 납품업체로 아예 선정될 수 없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홈쇼핑 회사 경영진의 성을 뜻하는 ‘김 라인’ 등을 통해야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의 호소만 제대로 경청했어도 비리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납품업체들 사이에는 방송통신위원회 공정위와, 홈쇼핑 회사 간의 검은 커넥션 때문에 아무리 홈쇼핑 회사를 조사해도 벌주는 시늉에 그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신규 홈쇼핑 회사인 제7 홈쇼핑 사업자를 내년에 선정할 계획이다. 홈쇼핑 회사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회사만 늘리면 납품업체를 먹이로 삼아 뒷돈 챙기는 ‘면허’를 정부가 내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홈쇼핑#불공정 행위#납품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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