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현]단통법 한달… 아전인수式 숫자놀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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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30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한 달을 ‘자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10월 1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하루 평균 가입자가 5만700명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9월 평균(6만6900명)보다는 감소했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일평균 가입자 수만 있을 뿐, 월별 전체 가입자 수는 없었다. 미래부 말대로 시장이 회복되는 걸 보려면 총 가입자 수를 비교하는 게 가장 명확할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썼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체 가입자 수를 묻자 미래부 측은 “월별로 휴일은 0건으로 처리해서 9월은 20일, 10월은 18일로 세서 계산했다”고 했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9월은 133만8000대, 10월은 91만2000대 수준이다. 여기서부터 업계 추산치와 큰 격차가 생긴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 규모는 2000만 대 수준이다. 한 달 평균 총 160만 대가 개통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래부가 밝힌 9월 신규 개통 대수는 중고폰(일평균 2916건) 판매 대수 5만8320대를 빼면 128만 대에 그친다. 미래부는 평소보다 적은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이 30%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40∼50%가 줄었다”고 반박한다.

업계 추산치와 왜 이렇게 다른지를 묻자 미래부는 그제야 “9월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1주일간 영업정지를 당해 평균치보다 적다는 부연설명이 보도자료에 누락됐다”며 “기사를 쓸 때 이 오차를 감안해서 쓰는 게 맞다”고 시인했다.

미래부의 ‘오락가락하는’ 수치는 이동통신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 9월이 원래대로라면 평소보다 개통량이 적어야 맞지만 오히려 예년 평균보다 훨씬 많은 170만 대가량이 개통됐다는 게 이동통신업계 측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단통법 시행 직전 불법 보조금이 왕창 풀리는 ‘대란’이 벌어지면서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만 30만 대가 신규 개통됐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10월부터는 매일 집계 중이지만 그 이전 가입자 수치는 이동통신사들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동통신사가 이 숫자를 미래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인지, 미래부가 받고도 모르는 척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스로도 정확히 모른다고 시인하는 숫자를 바탕으로 작성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정확한 이유가 뭔지 미래부에 물어보고 싶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단통법#이동통신#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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