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아마존 클라우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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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사 시설 빌려 본격 서비스… 신성장산업 ‘안방 시장’ 내줄판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세계 1위인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지지부진해온 국내 IT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비상이 걸렸다.

2일 IT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리츠칼튼호텔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 행사를 열었다. AW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름이다. 아마존은 매년 세계 10여 개국에서 이 행사를 열고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소식을 전한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아마존은 최근 KT,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기업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IDC는 서버(저장공간)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설비다. 지금까지는 홍콩의 IDC를 통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해왔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국내에 2조 원 규모의 IDC 건립을 추진하면서 먼저 시장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해묵은 규제 탓에 국내 업체가 크지 못해 결국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주게 됐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의 공공기관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2005년 개정된 전자정부법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행정기관의 전자문서에 대한 보안 조치를 책임지는데, 국정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 공공기관, 민간클라우드 금지… 해묵은 규제에 국내기업 ‘발목’ ▼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함께 ‘3대 IT 신(新)성장 산업’으로 정해 놓고도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규정은 10여 년 전인 전자정부 도입 초기에 만든 것으로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운영하는 서버보다 IT 전문 기업의 보안 수준이 훨씬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반대로 중앙정보국(CIA)이 앞서서 올해 8월 아마존과 6억 달러(약 6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AWS를 정보 분석에 활용하기로 했다. 더그 울프 CIA 최고정보책임자는 “정보기관 임무는 나날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아마존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클라우드 퍼스트(first)’ 정책을 통해 국가 정보화 예산의 25%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쓴다. 한국보다 정보화 수준이 낮은 일본도 2015년까지 1800여 개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는 ‘가스미가세키(霞ヶ關)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마존의 성장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믿고 쓰는 서비스’라는 신뢰가 있다”며 “우리 기업도 공공 분야 사용 사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허용하는 ‘클라우드 발전법’을 정부발의 했지만 1년째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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