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대호]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공무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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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공무원연금은 당장 고쳐야 하는 심각한 부조리다. 그런데 이는 거대한 부조리의 빙산에서 수면 위로 나온 10%일 뿐이다. 나머지 90%는 공무원 보수기준, 호봉제, 임용방식, 정년 등이다. 이 제도들은 한때는 산업화, 민주화의 견인차였지만 이제는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부조리로 바뀌었다. 공무원 보수 책정 기준이 대표적이다.

주요 국정통계를 집대성한 e-나라지표의 ‘공무원 보수 추이’에 따르면 그 기준은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중견기업의 사무관리직의 보수’다. 이것을 100으로 놓고 공무원 보수 수준을 따져 보니 2004년 95.9%에서 경향적으로 떨어져 2013년 84.5%로 내려왔다. 그런데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종사자는 누구며 얼마나 될까? 원자료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서 뽑아 보니 총 308만5402명이다. 이들의 임금, 학력, 연령 자료를 토대로 보정을 거쳐 사무관리직 보수를 도출했단다.

그런데 2013년 말 우리나라 총 취업자는 2500만 명, 임금근로자는 1800만 명, 상용직은 1200만 명이다. 308만5000명은 상층 소수인 것이다. 일본이 공무원 보수 기준을 50인 이상 기업으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아마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코레일 등 신의 직장 소리를 듣는 공기업들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은행, 방송, 통신, 항공, 정유회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에는 없거나, 최소한 독과점 이익은 못 누리는 기업·산업들이다. 물론 308만5000명의 상당수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이 포함된 제조업에 속할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은 이상(異常) 고임금=고생산성=저고용이라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취업자의 16.6%인 제조업이 부가가치의 30.7%(취업자 평균의 1.9배)를 창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3.9%가 14.9%(1배)를 창출했을 뿐인데. 게다가 힘 있는 노조들의 상당수는 이상 고임금의 제조업, 공기업, 독과점 기업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선진국 노조와 달리 임금과 근로조건 관련 산업적 사회적 기준(표준)을 정한다는 개념이 없다. 노동의 질이 어떻든 기업의 지불 능력과 교섭력이 허용하면 한없이 올리려 한다. 근속연수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당연시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도 가장 가파르다. 민간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면 끊임없이 퇴출되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은 외주화되든지 비정규직 손에 맡겨지고, 사무자동화 기술로 인해 처절한 합리화가 일어난다.

저 멀리서 인구 급감의 쓰나미도 몰려오고 있다. 공무원에게는 다 강 건너 불이겠지만…. 게다가 사무관리직은 사원→대리→과장→부장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줄어든다.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이 나온 배경이다. 그래서 50∼60세 사무관리직은 대개 5 대 1,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올라와, 공정한 경쟁을 하는 기업이라면 생산성 자체가 높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교사나 공무원은 대과가 없으면 정년까지 간다. 처절한 구조조정에 노출된 피라미드 구조의 민간 사무관리직과 원기둥 구조인 공무원의 보수를 연동하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높은 처우를 누리는 고호봉, 고연금 공무원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청년 두세 사람 몫을 차지하는데, 정년 연장에 더 목맨다.

이렇듯 사회의 고용·임금 체계의 표준으로 작용하는 공무원 보수기준은 너무 심각한 부조리다. 기준 자체를 취업자 전체와 연동된 중위 임금으로 바꿔야 한다. 가파른 호봉제는 더 심각한 부조리다. 하위직을 왕창 올리고 상위직은 많이 내려야 한다. 호봉 승급은 아주 완만하게 하고 직무(중요성,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 차가 크게 나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이 공직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계약직과 정무직을 대폭 늘려야 한다. 디테일을 아는 공무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독과점과 갑질을 잡고, 주거 교육 통신 분야 등의 고비용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공무원이 선진국형 고용·임금 체계의 모범=표준을 선도해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공무원연금#공무원 보수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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