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왜목항 부녀회, 7개월치 비상식량 뒷바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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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선장 ‘무기항 세계일주’ 뒤엔…

김응숙 씨
김응숙 씨
10월 5일 오후 충남 당진시 김응숙 희망항해 추진위원의 자택, 집안은 부녀회원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바쁜 손놀림으로 항해에 필요한 식료품을 준비하고 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가다듬고 10명 아줌마의 열정을 즐기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재료다. 고구마, 호두, 들기름, 파, 양파, 사과 모두 이분들 혹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재료들이다. 나는 아직 이렇게 충실히 식료품을 준비하고 항해를 해본 적이 없다.

김승진 선장의 홈페이지에 떠 있는 항해준비 일지 중 한 대목이다.

그 글 아래엔 ‘크리스핀 공주’의 댓글이 달려 있다. ‘크리스핀 공주’는 김응숙 씨의 네이버 카페 별명.

8월 어느 여름날∼ 당진지역 아동복지센터 후원회 모임 도중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불현듯이 짠!’이라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어떤 모임을 할 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불현듯이 짠!’ 하고 모이자는 뜻이에요. 첫 번째 사업은 저의 제안으로 김승진 선장님의 희망항해 7개월분의 음식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서 ‘그 남자의 음식’ 프로젝트를 ‘짠!’ 하게 되었습니다.

충남 당진 고대농협에 근무하는 김 씨는 친구들하고 우연히 왜목항을 찾았다가 김 선장을 만났다. “요트는 전혀 몰랐어요. 우리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별한 취미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김 선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저와 친구들 모두 팬이 됐어요.”

김 씨를 만난 건 김 선장에게도 ‘행운’이었다. 농협에서 30년 동안 여성복지를 담당해 온 ‘크리스핀 공주’의 네트워크는 거의 ‘만능’ 수준이었다.

‘불현듯이 짠!’ 회원들은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고기는 육포 말고도 냉풍건조기로 ‘분말 수프’를 만들었다. 당진 장고항의 특산물인 실치도 양념을 해서 말렸다. 야채는 온풍건조기로 3∼5일 동안 말렸다. 서서히 말려야 영양이 파괴되지 않고, 포장을 위해 압축기를 사용할 때도 부스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배에선 압력밥솥으로 밥도 해먹고, 스파게티도 만들어 먹는다. 긴 항해엔, 저장성이 좋은 된장찌개와 미역국도 식단에 자주 오른다. 하지만 육지에서처럼 때맞춰 세 끼 식사를 할 순 없다. 윤태근 선장은 단독 세계일주 때 하루 두 끼만 먹었다.

루어(가짜 미끼)를 단 간이 트롤링 낚시로 때론 1m가 넘는 참치도 잡는다. 그럴 때는 회도 먹고, 구이도 먹는다. 남는 건 뱃전에 말리고….

김창혁 전문기자 chang@donga.com
#외목항#부녀회#김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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