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日은 40년전… 中은 2013년… 단독 무기항 일주 위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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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세계일주 해외 사례는

2008년 70세의 나이에도 산토리 머메이드 호를 몰고 도쿄∼하와이 레이스에 참가한 호리에 씨. 그는 두 번의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세우고도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 호리에 씨 홈페이지 캡처
2008년 70세의 나이에도 산토리 머메이드 호를 몰고 도쿄∼하와이 레이스에 참가한 호리에 씨. 그는 두 번의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세우고도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 호리에 씨 홈페이지 캡처
“그는 일본인의 폐쇄의식에 큰 충격과 놀라움을 던졌다.”

1962년 5월 12일 ‘머메이드 호’를 타고 일본을 떠난 호리에 겐이치(당시 24세)가 93일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항해에 관심이 많았던 호리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한 뒤 요트 살 돈을 계속 모았다. 그리고 마이크로 크루저에 불과한 5.8m짜리 ‘머메이드 호’에 통조림 200개를 싣고 떠났다. 당시는 요트 출국 자체가 금지되었던 시절이라 출항도 몰래 했다.

그는 저서 ‘태평양 외톨이’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파도가 요트를 덮쳤고, 배는 생각보다 더디게 나아갔다.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다 보니 그저 눈물이 났다. 사람이 그리워서 통곡하기도 했다. 낮에 파도와 싸우다 벌러덩 누웠더니 밤에 환각도 보였다. 태평양을 건널 때, 경비행기 한 대가 계속 나를 맴돌았는데, 내가 조난자가 아닌지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카메라를 꺼내 손까지 흔들며 ‘나도 즐기고 있어’라는 걸 의도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뒤에 ‘불법체류자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 “호리에가 불법체류자라면 콜럼버스도 미국에 발을 디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1개월 체류 허가를 내줬다. 호리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6세이던 1974년,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 항해를 270일 만에 끝냈다. 1969년 영국의 로빈 녹스 존스턴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2005년에 다시 한 번 성공함으로써 동서 양 방향의 기록 보유자가 됐다.

단독, 무기항, 무동력, 무원조 세계일주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존스턴 이후 호리에(1974, 2005년), 제시카 왓슨(호주·2010년), 궈촨(중국·2013년), 아브힐라시 토미(인도·2013년)가 일주를 해냈을 뿐이다. 16세 소녀였던 왓슨이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호주 총리와 5만여 명의 시민이 시드니 항에 운집했다. 토미의 환영식에도 인도 대통령이 참석했다.

중국의 궈촨(50)은 칭다오 항을 출발해 케이프혼-대서양-희망봉-인도양-남중국해를 거쳐 137일 만인 지난해 4월 칭다오 항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수천 명의 팬에게 이렇게 말했다. “137일 전만 하더라도 가능할까 두려웠습니다.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말이죠. 도착이 가까워질수록 포기하고 싶고 힘든 일이 많았어요. 절 집으로 데려다 준 바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20대 호리에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넓은 세계’에 대한 충격을 주었다. 비행학교에 다니고 경영학을 공부했던 회사원 궈촨은 세일러로 새로운 도전을 해 중국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비행기가 흔해져 14시간이면 세계 어디든 도착할 수 있는 시대지만, 항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요트#세계일주#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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