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은 이변과 변수로 가득…‘미친 선수’ 면면을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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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인 포스트시즌과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은 전혀 다르다.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 때 잘했던 선수가 죽을 쑤기도 하고, 전혀 기대치 않았던 선수가 펄펄 날기도 한다.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유독 무명 선수들의 반란이 거세다.

지난 주 열린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은 단연 LG 포수 최경철이었다. 34살의 나이에 생애 첫 주전 마스크를 쓴 최경철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SK 유니폼을 입었던 2005년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 대수비로 출전해 타석에는 한 번 들어서보지도 못했다. 올 시즌 정규시즌 타율도 0.214였다.

하지만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최경철의, 최경철에 의한, 최경철을 위한 시리즈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경철은 4경기에 출전해 타율 0.533(15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고, 수비에서도 고비마다 상대 도루를 저지했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승패를 좌우하는 '미친 선수'는 큰 기대를 끌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27일 1차전 최우수선수(MVP)는 6회 대타 역전 결승 홈런을 때린 넥센 윤석민이었다. 그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67에 10홈런이었다. 2차전 LG 승리의 주역은 정규시즌 1승 투수 신정락이었다. 올 시즌 20승 투수인 밴해켄(넥센)과의 맞대결에서 그는 7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완승을 거뒀다. 30일에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5승(6패)을 거둔 넥센 왼손 투수 오재영이 LG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MVP로 뽑혔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넥센 외국인 선수 로티노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반면 올해 52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넥센)는 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11타수 2안타(0.182)의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스타 선수들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집중 견제다. 상대 투수들은 중심 타선과 상대할 때는 어지간해선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또 공 하나마다 전력을 다해 던진다. 투수들은 중심 타자들과의 승부에 온 힘을 쏟다가 하위 타선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곤 한다.

또 스스로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김경문 NC 감독은 "중심 타자들은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데 한두 타석 못 치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다 보면 자신감을 잃고 제풀에 무너지곤 한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포스트시즌에서는 평소 잘하던 선수보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활약할 때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또 잘 맞은 안타보다 빗맞은 안타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이 더 재미있는 것은 변수와 의외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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